한국 화물, 북~러 철도 타고 유럽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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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수출화물을 북한·러시아를 통해 운송하는 사업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러·북 양측이 한국 화물 운송을 위해 러시아 연해주의 하산과 북한 나진을 연결하는 철도를 개·보수하고, 나진항을 현대화하는 사업에 합의한 데다 한국 기업들도 이르면 다음달부터 이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러시아 철도공사 블라디미르 야쿠닌 사장과 북한 김용삼 철도상은 24일 모스크바에서 양국 간 철도협력 협정에 정식 서명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 등 러 언론들이 보도했다. 협정에는 나진~하산 간 54km 구간 철도 개·보수와 나진항 현대화 및 컨테이너 기지 건설에 관한 내용이 포함됐다. 양측은 이를 통해 한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수출화물의 상당 부분을 나진항으로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부산항에서 나진항으로 선박을 이용해 화물을 운송한 뒤 여기서 열차로 옮겨 실어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거쳐 유럽까지 운송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글로비스·범한판토스·우진글로벌·장금상선· 한루와 코레일(한국철도공사) 등 6개 사가 구성한 합작법인 ‘루코’가 러시아 측과 협상을 하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달 정식 계약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채 루코 부사장은 “한국 측의 참여가 확정되면 남·북·러 간 3각 물류 사업은 물론 장기적으로 TSR과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 러시아산 가스와 전력의 한국 수입 계획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해상 운송을 제외한 유럽행 화물은 다국적기업이 운영하는 극동 러시아 나홋카 인근의 보스토치니 항을 통해 운송되고 있다. 그러나 높은 하역료와 운송 지연 등으로 화주들의 불만이 많은 실정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나진~하산 철도 개·보수에는 1억~1억2000만 달러(약 1000억~1200억원), 나진항 현대화엔 4000만~6000만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러·북 양측은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합영회사를 설립했으며, 한국 등 외국의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나진~하산 구간 개·보수와 나진항 현대화 사업이 완료되면 1단계로 한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화물의 10~15%인 연간 5만5000~8만 TEU(1 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의 화물을 나진항을 통해 운송할 수 있을 것으로 양측은 보고 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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