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광시 가면 등심 1인분에 1만~2만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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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 30면

17개 식당과 정육점이 모여 있는 충남 예산군 광시 암소한우마을. 작은 시골마을이지만 주말이면 전국에서 관광객이 모여들어 장사진을 이룬다. 신동연 기자

한우 고기는 비싸다. 서울의 고급 음식점 1인분(150g 기준) 가격은 4만원을 넘는다. 보통 식당이라도 1인분에 2만~3만원 정도 한다. 2003년 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금지되면서 국내 쇠고기 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그런 가운데 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파는 ‘한우 마을’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정육점을 겸하는 정육점형 식당도 인기를 되찾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상반기 중 전면 재개된다. 하지만 한국 사람의 입맛이 변할 리 없다. 질 좋은 한우 고기를 싸게 파는 곳을 알아봤다.

한우 싸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

한우단지 10여 곳 성업 중
23일 충남 예산의 ‘광시 암소 한우마을’. 작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우 전문 판매점 17개가 모여 있다. 친정어머니의 75세 생신을 맞아 가족과 함께 온 이은주(43·충남 천안) 씨는 “이곳 고기가 맛있다고들 해서 와봤는데 소문대로 부드럽고 쫄깃하다”며 “집에 가져갈 것도 따로 샀다”고 말했다. 이곳 식당의 쇠고기 가격은 꽃등심 180g에 2만4000원, 모듬고기 180g에 2만1000원. 택배 판매도 한다.

자체적으로 3개 등급으로 구분해 1근(600g)에 A급은 4만2000원, B급은 3만5000원, C급은 3만원을 받고 보내준다. 단 10만원어치 이상 주문해야 가능하다. 택배료는 따로 안 받는다. 이곳 식당은 대부분 인근에서 한우를 키우는 축산농가가 운영한다. 자신이 키우던 소를 잡아 파니 좋은 고기를 싸게 팔 수 있는 것이다. 광시 한우마을은 고기 맛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주말이면 전국에서 600~700명의 관광객이 몰려든다. 이 마을은 다음달 7~14일 15~20% 세일 행사를 할 예정이다.

강원도 횡성과 전북 정읍의 한우단지 등도 유명하다. 횡성 한우단지는 영동고속도로 새말IC 부근의 횡성축협 한우프라자를 중심으로 큰 가게들이 띄엄띄엄 흩어져 있는 형태다. 하지만 이 지역 한우 판매업소가 모두 ‘횡성한우’ 브랜드를 취급하는 것은 아니다. ‘횡성한우’ 브랜드는 수정 때부터 도축·판매까지 전 과정을 횡성축협이 생산이력제로 관리하는 거세 수소에만 쓸 수 있다. ‘횡성한우’는 횡성축협 한우프라자와 일부 식당에서만 맛볼 수 있다. 다른 식당들은 ‘횡성한우’가 아니라 횡성 및 인근 지역에서 생산한 한우를 사용한다. ‘횡성한우’는 값이 비싼 편이다. 꽃등심은 1인분(180g 기준)에 4만원, 생등심·안심은 2만7000~2만8000원 수준이다.

정읍 산외한우마을은 규모가 꽤 크다. 65개 정육점·식당이 500m 거리에 흩어져 있다. 평일엔 3000명, 주말엔 5000명이 이곳을 찾는다. 지난해만 소 8500마리를 잡아 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5년 정육점 3곳, 식당 2곳으로 시작한 산외한우마을은 ‘돼지고기보다 더 싼 한우고기’를 내세워 관광객을 끌어모았다.

이곳에선 거세우가 아닌 일반 수소를 주로 팔며, 택배 판매는 하지만 인터넷 판매는 안 한다. 김영복 번영회장은 “번듯한 고깃집이 아니라 정이 넘치는 옛날 시골풍의 고깃집들이 산외한우마을의 특징”이라며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와도 이곳을 찾는 사람은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 경북 경주, 강원도 영월, 전남 장흥 등에도 한우단지가 조성돼 있다.

현지에 가기 어렵다면 온라인으로 주문해 구입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각 지역 축협을 통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 한우 농가의 이익단체인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일부 온라인 판매업자는 쇠고기 등급을 속여 파는 경우도 있다”고 조언했다.

인기 높아지는 정육 식당
24일 저녁 서울 대치동 ‘두꺼비정육점·직영식당’. 10여 개 대형 테이블마다 손님들이 꽉 차 있다. 이곳은 1++ 거세 한우만 취급하는 정육점형 식당이다. 정육점형 식당은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서 옆에 있는 식당에서 일정액을 내고 구워먹을 수 있는 곳이다. 이 식당의 장점은 일반 한우 식당에 비해 싸고 믿을 수 있다는 점.

두꺼비식당도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다 식당 테이블에서 1인당 3000원씩 받고 구워주는 식으로 영업한다. 꽃등심은 100g에 1만3000원. 300g 이상 주문해야 하며, 추가 주문할 때는 200g씩 주문할 수 있다. 최상등급 쇠고기를 비교적 싸게 팔 수 있는 것은 20년 넘게 정육점을 운영해 온 주인 임재성씨 덕분이다.

그는 서울 가락동 시장에서 한우 한 마리를 통째로 사다가 직접 잘라 뼈·내장부터 등심·안심까지 모든 부위를 도매 가격에 판다. 일반 한우 식당이 서울 마장동 도매상에서 등심·안심 등 부분육을 공급받는 것에 비해 쌀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곳을 가끔 찾는다는 직장인 이주관(32)씨는 “쇠고기 등급 판정서를 비치한 게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1++ 한우만 취급하는 서울시내 정육 식당으로는 낙성대 근처에 있는 미도정육점이 유명하다. 가격은 100g에 8000원. 400g 이상을 주문해야 하고, 추가 주문은 100g 단위로 할 수 있다. 구워주는 상차림 가격은 1인당 2000원. 미도정육점 주인 임준원씨는 “낙성대에서 30년째 영업하고 있다”며 “서울 시내에서 1++ 고기를 가장 싸게 판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우협회는 지난해 ‘한우판매점 인증제’를 도입했다. 협회가 한우판매점 인증을 준 식당은 지금까지 전국에 97곳이다. 협회는 서류 및 현장 심사를 거쳐 인증서를 발급한 뒤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한우협회 박선빈 차장은 “한우는 수입소에 비해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가격 차이는 큰 문제가 아니다”며 “하지만 소비자의 신뢰를 잃어버리면 한우 농가와 식당이 모두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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