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있는요리>주부 곽기령씨 개성식 녹두빈대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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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실향민에게 명절은 안타까움과 그리움이다.
분단 반세기.명절이면 휴전선 저쪽 두고온 고향을 꿈속에서나 그리는 걸로 만족해야하는 이북 실향민에게는 귀성전쟁을 치르며 고향으로 달려가는 이들이 오히려 부러움의 대상이다.
외할머니와 시아버지의 고향이 개성인 주부 곽기령(郭基令.31.경기도성남시분당구이매동)씨의 추석맞이는 일찌감치 빈대떡 재료를 장만하는 일로 시작된다.결혼생활 7년동안 한해도 거르지않고추석.설날 등의 명절행사가 돼버린 그의 빈대떡 부치기는 실향의아픔을 마음으로만 삭이는 시아버지에 대한 그 나름의 작은 효의실천이다.
『녹두를 불려 믹서에 갈고 고명으로 얹을 야채와 고기들을 준비하는 일이 여간 손가는게 아니에요.그래도 조금씩이라도 빈대떡을 부쳐 시부모님께 갖다드리면 괜히 마음이 홀가분하고 기뻐요.
』 그의 빈대떡 부치기는 서른을 갓 넘어선 나이에 비하면 연륜(?)이 꽤 오랜편.국민학교 5학년이 되던 해 추석 빈대떡을 혼자서 얌전히 다 부쳐 외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칭찬을 받았으니말이다.어렸을땐 명절때마다 부치는 빈대떡에 싫증을 내기도 했지만 외할머니께 물려받은 그의 내림솜씨는 결혼후 진가를 발휘하기시작했다.
6.25전쟁때 월남했던 시아버님은 서울대 인류학과를 졸업한 큰며느리의 빈대떡 솜씨에서 어릴적 먹던 맛을 떠올렸으니 말이다.녹두간 것에 고명을 미리 섞지 않고 팬에서 부칠때 조금씩 예쁘게 얹어 굽는 개성식은 돼지기름을 이용해 굽는게 정통.
워낙 요리만들기를 좋아해 결혼후 요리학원도 다녀봤다는 그는 연년생인 두아들 선용(7).선민(6)이 조차도 가끔씩 만들어준빈대떡을 어떤 요리보다 잘먹는다고 흐뭇해한다.
〈文敬蘭기자〉 ▲재료=녹두 소두2되,쇠고기 간것 6백,숙주나물 6백,쪽파 반단,마른표고 불린것 5장,고추가루,소금약간,쇠고기 양념용으로 진간장 6큰술,마늘 2큰술,참기름 2큰술,후추,깨소금,초간장용으로 간장 4큰술,식초2큰술.
▲조리법=①녹두는 하룻밤 정도 불린후 껍질을 벗겨 믹서에 간다.이때 물량은 녹두가 잠길 정도면 충분하다.소금은 2분의1 작은술 정도 넣어 간한다.②숙주나물은 살짝 데쳐 칼로 적당히 썰어둔다.③쪽파는 다듬어 3㎝정도로 잘라둔다.④쇠 고기는 양념한뒤 프라이팬에서 볶다가 얇게 채친 표고를 넣고 같이 볶는다.
⑤앞의 숙주와 쪽파는 섞어 고추가루.소금으로 약간 간한다.⑥프라이팬을 달궈 식용유를 조금 부은뒤 녹두 간것을 지름 5~7㎝정도의 원이 되게 놓고 표고.쇠고기.숙 주.쪽파를 예쁘게 올려놓는다.⑦이 위에 녹두 간것을 약간만 바르고 뒤집는다.⑧노릇노릇하게 익혀 초간장과 같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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