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黨체제 출범-3金이 앞에나선 實勢정치 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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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계판도 변화가 일단 정리됐다.새정치국민회의의 창당으로 4당구도가 확립된 것이다.민자당.국민회의.민주당.자민련이 그 주역이다. 또한 3金총재 시대가 열렸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김대중(金大中).김종필(金鍾泌)씨가 각각 민자당.국민회의.자민련의 총재로 확고한 리더십을 가지고 전면에 나서서 정국을 요리하는 명실상부한 실세(實勢)정치가 개막됐다.
김대중총재는 총재취임 일성으로 金대통령과 단독영수회담을 제의했다. 정치적 실세로서 명실상부한 대접을 받겠다는 선언이었다.
청와대는 이러한 요구를 아직은 묵살하고 있다.現정국이 사정정국의 영향권안에 있기 때문이다.
「4당구도 속의 3金시대」는 안정성과 불안정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우선 안정성은 3金의 위상이 매우 견고하다는데 기초한다.
3金의 경쟁은 계속 정치의 기본틀이 될 전망이다.무엇보다 이들이 단단한 지역기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3金의 기반안에서 이들을 극복할 대체인물은 보이지 않는다.그래서 이들의 리더십은 15대 총선이후에도 유지될 전망이다.앞으로도 정치는 이들을 상수(常數)로 하여 움직일 것이다.15대총선도 3金간의 영토확장싸움이 될 전망이다.
4당구도의 불안정성은 구여권 세력의 움직임과 민주당의 지도력부재에 기인한다.
대구.경북지역의 독자세력화작업에 진전이 있을 경우 정치권은 총선을 앞두고 한차례 더 핵분열을 할 가능성이 있다.이럴 경우5당체제가 되는 셈이다.
반대의 가능성도 있다.민주당은「反3金.非호남야당」이라는 충분한 활동공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결집시키지 못하고 있다.
지도력부재와 인적구성의 복잡성 때문이다.민주당이 총선전에 3金의 영향력 아래로 분산 흡수될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는 것은이때문이다.이 경우에도 4당체제는 단명할 것이다.4당이 얽혀 만들어낼 변화는 매우 다양할 전망이다.
당장 정기국회에서 4당간에 어떤 모양의 조합을 이루느냐가 관심이다. 지금으로서는 구체적인 모습을 점치기조차 어렵다.모든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후에는 현행 대통령제 고수에서 내각제로의 개헌까지 다양한 안을 놓고 연합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들의 합종연횡(合縱連衡)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아무도 알 수 없다.또한 이들 3인은 현실의 이해에 따라 얼마든지 협력과 대치의 상대를 바꿀 수 있음을 그동안 여러차례 보여줬다.
이처럼 안개속이지만 현재 분명한 것은 15대 총선에서 큰 물줄기가 정해진다는 점이다.
金대통령과 민자당으로서는 총선결과를 보고 자력으로 국정을 이끌어나가고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될 것이다.이는 세대교체의 성패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물론 DJ와 JP도 대권도전에 성공할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이들의 최종선택은 이때 이뤄질 것이다.민주당의 경우에는 정국운영의 한축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여부,즉 운명이 걸려있다. 이때문에 이번 15대 총선의 전초전인 정기국회와 연말정국의경쟁은 매우 치열할 전망이다.
각당은 경쟁자들에 대한 비교우위를 입증해 보이기 위해 가능한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사정정국에서 드러났지만 3야당의 이해가 일치하는 이슈가 나타나지 않는한 야권공조는 쉽지 않을 것같다.물론 민자당이 유리한 상황도 아니다.
제각각인 야당들의 주장 가운데 공통점을 도출하고 상치되는 부분의 양보를 얻어낼 수 있는 설득력과 지도력을 지금 여당은 갖지 못하고 있다.
〈金敎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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