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반도 맞은편의 중국 군사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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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국(中國)은 기회있을 때마다 자기네 군사력은 순수하게 방어적이고,다른 나라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다짐해 왔다.그런데 최근 몇달동안 중국이 보이고 있는 행동에서 그런 다짐을 믿을만한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오히려 그 반 대로 해석할만큼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움직임이 두드러지게 눈에 띈다.
지난 7,8월 두달동안의 일만 해도 그렇다.이 두달동안 강행한 핵실험,중.장거리 미사일 발사실험,대규모 군사훈련만 봐도 중국이 아무리 방어적이라고 설명해도 믿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온 세계가 프랑스의 핵실험계획반대로 들끓는 중인데도 중국은 눈하나 깜짝않고 핵실험을 해치웠다.또 대만(臺灣)이 대외적인 위상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대만 근해에서 대규모 군사기동훈련을 벌이고,중.장거리 미사일을 실험발사했다.군 사력을강압적인 외교수단으로 사용하겠다는 정책의 과시(誇示)로 짐작하기에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냉전(冷戰)의 해소와 함께 지역적으로 힘의 공백이 생기며 몇몇 나라가 그 공백을 메우려할 경우 아시아지역의정세가 불안해질 것으로 우려돼 왔다.불행히도 중국은 그러한 의도를 가질 개연성이 있는 나라로 지목돼 왔다.
그러한 우려는 냉전종식후 지난 5년동안 중국의 군사력증강 움직임과 아울러 더욱 증폭되고 있다.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유럽의 모든 나라들이 군비축소를 하는 가운데 유독 중국만이 국방예산을 배가(倍加)하고 있다.그것도 대외지향성이 두 드러진 최신예장비 마련에 집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근 국가들은 중국의 군사적 팽창주의를 우려,다투어 군비경쟁에 나서게 됨으로써 아시아지역은 군축(軍縮)의 세계적 추세에서 벗어나 군사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 되고 있다.이런가운데 중국이 한반도를 마주보는 산동(山東)반도 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준비중이라는 소식이다.현재의 韓中관계로 보아 우리가자극받거나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닌지 모른다.그러나 중국의 군사력강화는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국가들의 군비경쟁을 촉발하고,군사적 균형을 깨는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는데서 경계할 일이 아닐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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