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청와대간담 발언 의미-YS 고수위 발언에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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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4일 국무위원들과의 청와대 조찬간담회에서『문민정부 출범이후 발생한 부정부패 척결에는 성역(聖域)이없다』고 한 데 대해 정치권에서는 의미 해석에 고심하고 있다.
여야지도부의 이심전심으로 정치권 사정작업도 한 고비를 넘긴게아니냐는 관측이 유력했으나 金대통령의 발언 강도가 워낙 고수위(高水位)기 때문이다.
金대통령이 이날 지칭한 성역은 취임초『개혁에는 성역이 없다』고 할 때와는 의미가 다르다.
당시의 성역은 과거 정권에서 손대지 못한 軍과 여권인사등을 지칭했지만 지금의 성역은 바로 야당을 지칭한다.
새정치 국민회의의 김대중(金大中)창당준비위원장등이 최근의 사정을 야당탄압이니 표적수사니 비난하며 정치공세를 취하는 데 대한 불쾌감의 표시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정치인 사정이 시작되자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검찰수사에 오불관언의 자세를 견지해왔다.
정치적인 배경이나 의도가 없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이날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검찰수사결과 비리가 있으면 발표하는 것이며 정치적 고려에 따른 축소나 확대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민자당에서 제기하는 조기종결주장에 대해『당의 입장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검찰권 행사를 막을 수는없다』면서『검찰에서는 당의 얘기에 불쾌해 한다』고 밝혔다.
더 이상의 국회의원 비리수사가 없다 하더라도 검찰의 조사결과일 뿐 정치적인 고려때문은 아니라는 얘기도 덧붙여졌다.
이 관계자는『부정비리 척결때문에 여야관계가 나빠진다면 국민들이 납득하겠느냐』며 민자당 지도부에 대해서도 은근히 불만을 표시했다. 야당의 정치공세에 밀려 수사를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한다는 인상을 준다면 정치권 사정에 청와대의 정치적 의도가 개입됐다는 것을 시인하는 셈이된다.
金대통령이 이형구(李炯九)前노동장관과 사촌처남의 예를 들면서성역이 있을 수 없음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불거진 국민회의의 최낙도(崔洛道)의원과 민주당의박은태(朴恩台)의원에 대한 수사는 철저히 진행될 것이며 서울시교육위원들의 입후보과정에서 아태재단 가입권유 문제도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아태재단 후원회 전체에 대한 조사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朴의원에 대해서는 귀국하면 정기국회 개회중이라도 구속동의안을 낼 방침이라고 한다.
이 문제로 정기국회는 초반부터 파행운영이 예고되고 있다.
金대통령이 성역없는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하면서 시한을「문민정부 출범이후」라고 언급한 대목도 의미심장하다.
화합조치의 대상도 문민정부 출범이전에 국한된다.정치자금 부분에 대해서도 이 시한이 적용될 지 주목된다.
金대통령은 이와함께 선거부정에 대해『끝까지 추적해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무더기 당선무효사태는 이미 예고된 셈이다.
돈을 받고 공천해준 공천비리등과 관련해 현직 국회의원들 일부가 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정치권의 사정은 일단 한 고비는 넘겼지만 휴화산 상태로 보는 것이 정확할 것 같다.
金대통령은 앞으로 내각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이홍구(李洪九)총리를 중심으로 내각이 전면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권한을 주는 대신 국민들 앞에 나서서 개혁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책임지고 정책을 입안,소신있게 추진해야 할 의무가 함께 부과됐다.
『권한을 주는 만큼 평가도 엄격히 할 것』이란 언급은 장관들에게는 어떤 지시보다 무섭게 들렸다고 한다.
〈金斗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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