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서울에서 ‘원조 헨델’을 듣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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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축제에서 매년 ‘호스트’ 역할을 하는 오케스트라가 헨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다. 오케스트라의 30명 남짓한 단원은 헨델 페스티벌에서 고(古)악기로 연주한다. 헨델이 활동하던 시기의 소리를 그대로 재현하는 옛 악기다. 금속현 대신 양의 창자로 만든 현을 사용하고 활은 직선 아닌 곡선이다. 무게를 덜어낸 악기의 소리가 순수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할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악장인 베른하르트 포르크는 지휘자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와 르네 야콥스에게 바로크 시대 바이올린의 주법을 배워 고음악 해석의 정통 계보를 잇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현대악기에도 익숙한 연주자들이다. 대부분이 ‘할레 슈타츠카펠레’라는 현대 악기 오케스트라의 단원이기 때문이다. 사뿐사뿐 연주해야 하는 고악기를 잡았던 이들은 좀 더 억센 금속현도 무난히 소화해 낸다. 이른바 ‘수륙양용(水陸兩用)’ 같은 연주자들이다.

고악기와 현대악기를 동시에 다루는 이들은 음악 시장에서 한 종류의 악기만 연주해선 살아 남을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을 말해주기도 한다. 고음악의 대가로 불리는 지휘자 아르농쿠르는 자신이 이끄는 빈 콘첸투스 무지쿠스의 모든 단원에게 현대 악기를 동시에 다루도록 요구하고 있다.

내년은 헨델 서거 250주기다. 할레에서는 더욱 풍성한 축제가 기다리고 있다. 헨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다음달 내한해 내년 축제의 분위기를 전해준다. 협연은 소프라노 신영옥이 맡았다. 깨끗한 음색과 미세한 감정 표현을 요구해 연주자들이 어려워하는 헨델의 음악을 본고장의 단체가 어떻게 연주하는지 주목해 볼 만하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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