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웨이브>美 정크본드시장에 불황 그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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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미국의 경기후퇴 여파가 정크본드(junk bond)시장에까지미치고 있다.지난해 하반기를 정점으로 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듦에 따라 기업내용이 부실한 정크본드 발행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되면서 채권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는 채무불이행 (債務不履行.
default)기업들이 최근들어 부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정크본드는 수익률이 대단히 높지만 신용도가 취약해 채무불이행의 위험이 높은 채권으로 신용도가 낮은 속성상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미국 경기가 호황을 구가하던 80년대후반에는 호경기를 틈타 부실한 기업들의 인수합병(引受合倂)붐이일어나면서 인수합병을 위한 자금조달(LBO)목적으로 정크본드가대량 발행되는등 시장규모가 크게 확대되기도 했으나 경기가 침체국면에 접어들면서 위축됐다.이후 경기가 상승세를 타면서 안정을되찾았던 정크본드시장이 최근들어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세븐업」「그랜드 유니언」「베어링스」「스펙트라비전」등 활발하게 유통되던 정크본드가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가연 달아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따라 올 상반기중 이자지급 의무를이행치 못한 정크본드만도 48억달러에 이르고 있는데,이는 지난해 상반기의 일곱배에 달하는 규모다.특히 침체기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는 업종으로 인식돼왔던 유통업이나 음료 업 등에서도 채무불이행 사태가 발생하면서 정크본드시장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메릴린치의 정크본드 전문가인 마틴 프리드슨은 올 한햇동안총 90억달러 규모의 정크본드가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내년에는 그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처럼 정크본드 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으며,일부에서는 이미 정크본드의 소화가 원활히이루어지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한 예로 얼마전 퀀텀펀드로 유명한 조지 소로스가 주주로 있는 무선통신 회사 「지오텍」社조차 발행조건을 완화하고 나서야 신규 정크본드 발행물량을 겨우 소화시킬 수 있었다.경기후퇴에 따라 시장금리가 하락추세를보이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정크본드 수익률은 오히려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가뜩이나 기업내용 이 부실한 기업들은 경기회복이 앞당겨지지 않을 경우 앞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예상된다.
미국 정크본드 시장의 전개상황을 보면서 경기가 호황국면임에도불구하고 경기양극화현상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현실을 떠올리게 된다.시중금리가 하락하는등 전반적으로 자금사정이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부도율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있는 답답한 상황에서 최근 중소기업들의 자금난 타개를 위해 대기업들이 발벗고 나서고 있는 것이 가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삼성경제硏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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