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여>남녀동반 해외여행-연인아니라도 순수하다면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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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참 어렵사리 베트남 배낭여행을 계획했다.다른 곳의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를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나는 여행목적이 같은 여자 파트너를 물색했다.그러나 「여자의몸」으로 다소 험한(?)나라 베트남을 배낭여행할 파트너는 쉽게구해지지 않았다.주변 친구들을 중심으로 「구혼」하던 나는 그 범위를 「각계각층」으로 확대했다.소개받기도 하 고 PC통신을 이용하기도 해 결국 나와 여행관이 같고 여러 조건도 딱 들어맞는 한 친구를 찾아냈다.
여러 차례 해외여행 경험이 있었던 그 친구의 노하우 덕분에 나는 쉽게 사전준비를 할 수 있었다.우리는 여행 스케줄을 함께짜고 여행지에 관한 공부도 했다.즐거운 일이었고 우리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다만 주변의 걱정스런 시선 속에서 그가 남자고 내가 여자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뿐이었다.순수하게 여행을 같이 떠나는 동지라는 우리의 말은 「세상을 모르고 하는 소리」또는 「내숭」으로 치부되거나 「남녀관계는 모를 일」이라는 우려의 목소리 앞에서 빛을 잃었다.우리는 결 국 결별했다.
성이 자유로워졌다고 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성으로부터 전혀 자유롭지 않다.남녀가 함께 무엇을 한다고 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편견이 없어질 때 비로소 성숙된 성의 자유가 얻어질 것이다.
지은주〈27.서강대 언론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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