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매각 연내 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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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매각이 어떤 형태로든 연내 결론이 날 전망이다.

전광우(사진) 금융위원장은 23일 “미국 방문 중 론스타 문제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가장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위원장은 특히 “(법원의 판결과 관련된)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게 해결 실마리를 찾는 일차 계기가 되겠지만 새 정부의 기본자세는 전 정부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는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재판이 끝날 때까지는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키로 한 HSBC에 대해 대주주 자격 심사를 시작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새 정부는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해결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정통한 금융계의 한 고위 인사는 “새 정부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문제를 매듭짓는 데 해를 넘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항소심이 예정돼 있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판결이 외환은행 매각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 관계자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의 1심 판결은 내년 초쯤 나오는 데다 론스타와 직접적 관련성도 약하다”며 “따라서 정부는 올 6월 또는 7월로 예정된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 판결 직후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법원도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이 사건을 ‘즉시 처리 사건’으로 분류해 놓았다.

항소심에서도 론스타에 유죄 판결이 나오면 이를 계기로 금융위가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을 문제 삼아 외환은행 지분의 매각을 명령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전망이다. 이 경우 론스타는 이미 매매계약을 맺은 HSBC나 또 다른 제3자에게 지분을 넘길 수 있다. 유죄든 무죄든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30일로 예정된 론스타와 HSBC 간의 계약 시한은 자동 연장되는 것이 확실시된다. HSBC 서울지점 관계자는 “지난달 초 방한한 스티브 그린 HSBC그룹 회장이 외환은행 인수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며 “인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판단되기 전까지는 우리는 물론 론스타도 계약을 파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HSBC는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홍콩의 항셍은행처럼 독자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고 덧붙였다.

다만 여론이나 시민단체의 반발이 변수로 남아 있다. 이를 의식한 정부가 결단을 늦출 경우 론스타는 보유 주식을 시장에서 시가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일괄매각(블록세일)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 당국은 장내 매각을 제재할 수가 없다. 국민·하나은행이 계속 외환은행 인수에 의욕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국계 금융사의 한 관계자는 “론스타와 같은 펀드의 투자 시한이 통상 5년이므로 론스타의 투자자들은 지금쯤 외환은행 주식을 시장에 조기 매각해 투자 자금을 회수하라고 론스타 경영진에 압력을 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 위원장은 금융 공기업 기관장들의 재신임과 관련, “관료 출신을 모두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능력 있는 민간인들이 기관장에 많이 선임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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