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소말리아 해적과의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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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유엔이 한국 선원들을 여러 차례 납치했던 소말리아 해적과의 전쟁에 나섰다.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프랑스가 소말리아 해적 소탕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AP통신이 22일 보도했다.

결의안 초안의 핵심은 해적선으로 인정되면 어느 나라 배든 사전 승인 없이도 해당국 영해로 들어가 이들을 붙잡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금까진 공해상에서 해적선을 발견해 뒤쫓아가도 해적선이 다른 나라 영해로 도주하면 국제법상 추격할 수 없었다. 이 결의안이 나오게 된 것은 올 들어 소말리아 해적들이 더욱 날뛰고 있기 때문이다.

1~3월 이 지역에서 발생한 해적들의 공격은 49건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증가한 숫자다.

최근에는 더욱 기승을 부려 21일에는 소말리아 인근 아덴 만에서 일본 유조선을 공격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국제유가가 급등해 한때 사상 최고 기록인 배럴당 117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전날인 20일에는 스페인 참치어선을 박격포로 위협한 뒤 납치했다. 이달 초에는 프랑스 국적의 요트가 끌려갔다. 이처럼 해적에 의한 피해가 세계 경제에까지 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해지자 미국과 프랑스가 나서게 된 것이다.

이번 결의안은 별 이견 없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안보리에서 가결되려면 회원국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최종 처리까지는 2~3주가량 걸릴 전망이다.

한국 선원들도 소말리아 해적 때문에 많은 피해를 봤다. 지난해 10월에는 일본 화학물질 운반선 골든노리호에 탔던 한국 선원 2명이 동료 20여 명과 함께 해적들에게 붙잡혔다. 해적들은 몸값 100만 달러(약 10억원)를 요구하며 골든노리호를 억류하고 있다가 2개월 만인 12월 선원들을 놔둔 채 배에서 철수했다. 지난해 5월에도 원양어선 마부노 1·2호에 탔던 한국 선원 4명이 납치됐다가 6개월 만에 풀려났다.

유엔본부=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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