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서 골프로 ‘인생 무대’ 바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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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그녀는 무대를 바꿨다. 골프 티칭 프로인 임정옥(47·사진)씨 이야기다.

마산에서 태어난 임씨는 1981년부터 93년까지 연극 배우로 살았다. 그는 “KBS 코미디 배우로 잠시 일했고, 곽자헌 이라는 예명으로 ‘번지 없는 주막’, ‘컬렉터’, ‘블랙코미디’ 등에 주연배우로 출연했다”라고 경력을 소개했다.

93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던 그는 15년 만에 골프 티칭 프로로 한국에 돌아왔다. 그가 올해 초 딴 ‘미국 PGA 클래스 A’는 골프 자격증 중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다.

“미국 올랜도에서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며 취미로 골프를 했는데 소질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했다가….”

화려한 조명을 받던 무대에서처럼 초록색 필드에서도 그는 관객으로서가 아니라 주연으로 살고 싶었을 것이다.

“다른 자격증을 딸 수도 있었지만 내 삶을 증명하고 싶어서 가장 어렵다는 PGA 클래스 A를 목표로 했어요. 다른 건 생각해 보지도 않았어요.”

PGA 클래스 A 지원자 중 최종 합격하는 사람은 절반이 안 된다. 특히 여성, 영어에 능통하지 않은 사람, 소수민족이 PGA 클래스 A가 될 확률은 훨씬 떨어진다. PGA 클래스 A 자격증 소지자 중 여성은 3%에 불과하다. 골프 실력이 좋아도 영어를 못 해 수십 번 필기 시험에서 떨어진 한국인이 꽤 있다.

그런데 임씨는 중년의 나이에 이 세 가지 악조건을 모두 극복했다. 그는 “클래스 A 연례 모임에서 참석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고 전했다.

신들린 듯한 연기를 하던 무대에서처럼 열정적으로 골프를 배운 것이 성공 비결이다.

“3년간 골프 관련 업체에서 실습을 해야 하는데 클럽을 내리고 닦아서 카트에 싣는 일부터 시작했어요. 처음엔 연습장 공 바구니가 무거워 들지를 못했는데 좋아서 하다 보니 나중엔 그 공 바구니를 집어던질 정도로 힘이 생기더라고요.”

임씨는 미국 올랜도와 한국에서 1년에 6개월씩 레슨을 할 생각이다.

“무대에서처럼 골프에서도 누구에게 무슨 얘기를 해주면 살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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