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외국인 고발'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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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같은 아파트에서 3년 동안 거주한 외국인 2명이 이상하다. 학생 비자를 갖고 있다는데 일본어를 잘 못한다. 매일 오전 6시에 작업복 차림으로 나간다. 한명은 1m70cm에 녹색 머리를 하고 25세 정도다." 일본 법무성 입국관리국 홈페이지 내 불법체류자 등 외국인에 대한 정보를 e-메일로도 제공할 수 있는 창구인 '정보수수'란에 들어왔다는 기입 예다.

신고자는 외국인의 이름과 근무하는 회사, 주소 등을 반드시 알아야 하며 이를 당국에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외국인의 전화번호.e-메일 주소.재택 시간 등은 몰라도 된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16일 이 창구를 개설하기 전에는 우편.전화 등으로 신고를 받아왔다. 그러나 시민단체 '이주노동자와 연대하는 네트워크'의 야노 마나미 사무국장은 "전화.우편 등에 비해 홈페이지 신고는 너무 간단한 데다 외국인 정보를 모두 제공할 수 있어 인권침해"라면서 "신고 내용도 '불안' 등 불법체류와는 관계없는 것이 많아 사회적으로 '외국인은 예비 범죄인'이란 인상을 심어준다"고 지적했다.

오누키 겐스케(大貫憲介)변호사는 "'위반자로 생각되는 사람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해 일본을 밀고.감시사회로 만들고, 합법체류 재일한국인 등 많은 외국인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적지 않은 파출소는 관할 내 외국인들의 신상정보만을 따로 모아놓은 자료집을 갖고 있다. 경찰은 "외국인 보호"라는 명분이지만 "외국인 감시"라는 지적이 많다. 사법당국은 25만명으로 추정되는 불법외국인을 추방한다는 이유로 지난해부터 외국인 단속을 강화했다. 또 '사회 안전 강화'를 이유로 범죄척결 운동을 펴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범죄를 지나치게 부각한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열차 안에서 지갑을 소매치기당한 한 재일 한국인은 "파출소에 신고했더니 첫마디가 '외국인 범죄'라고 말해 놀랐다"고 밝혔다. 가와카미 소노코(川上園子)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일본지부 캠페인 담당자는 "전체 형사범죄의 검거인원 중 외국인은 2.2%에 불과한 등 급증하는 외국인 수에 비해 외국인 범죄는 늘지 않았다"며 "외국인 차별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일본의 '경찰백서'도 1장 제목을 '조직범죄와의 전쟁'이라고 해놓고는 첫머리부터 외국인 범죄를 강조하고 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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