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病歷.체질등 할말 미리 메모-짧은 진료시간 활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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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3시간대기 3분진료는 우리 의료계가 극복해야할 대표적인 고질병이다. 그러나 3분이란 짧은 시간도 활용하게 나름으로 환자의요령여하에 따라 이 짧은 시간에 얻을 수 있는 치료성과도 천차만별이다.
우선 말하기부터 살펴보자.
불필요한 사족(蛇足)을 나열하지 않는 것이 요령으로 병원을 찾아온 목적만을 분명히 이야기한다.
가령 복통의 경우 막연하게 배가 아프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어제 오후2시부터 구역질과 함께 윗배가 아프다가 서너시간후 우측 하복부가 쥐어짜듯 아프기 시작했다」는 식으로 통증의 부위와 성질.발생시간.간격.동반증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는 것. 질환의 과거歷에 대한 언급도 필수적이다.
당뇨와 고혈압.결핵은 물론 수술경험과 특이체질 여부등을 밝혀야 하며 이를 위해 의사에게 할 말과 궁금한 내용 두세가지 정도는 미리 메모해 진료실에 가지고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듣는 것도 중요하다.
의사에겐 하루에도 수십번 되풀이되는 지루한 말이지만 환자에겐무심코 던진듯한 의사의 말 한마디도 소홀히해선 안된다.
자신의 잣대로 이를 무시하다 낭패를 보는 경우가 의외로 많기때문이다.
디스크환자에게 강조되는 침상안정이 대표적인 예.한달정도 꼼짝말고 누워 쉬라는 의사의 지시를 가볍게 흘리고 식사나 용변때 함부로 일어나 앉거나 다른 병원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디스크가 악화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디스크초기엔 만국공통의 치료법이 침상안정이며 가만히 누워 쉬는 것만으로도 90%이상 완치된다는 사실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감기땐 물을 많이 마셔라」.
「치질등 항문질환이면 좌욕을 열심히 하라」.
「관절염엔 체중을 줄이고 병원에서 가르쳐준 운동을 하라」.
「잇몸질환땐 치실을 사용하라」.
「고혈압엔 싱겁게 먹고 금연하라」.
이들 모두 한쪽 귀로 흘려버릴 수 있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의사의 말.
하지만 어떠한 첨단치료법보다 확실한 치료의 요체가 바로 이들임을 알아야 한다.
가뜩이나 기본에 충실하기보다 약물이나 주사의존성이 강한 우리의료환경에서 3분진료의 위험성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자신의 생각보다 의사의 말을 열심히 듣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洪慧杰〈本社의학전문기자.醫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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