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의 어설픈 행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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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인천 연수구가 미숙한 행정으로 건축 민원인에게 48억원의 손해배상금을 물어주게 될 처지에 몰리면서 그 수습에 진땀을 빼고 있다.

발단은 1999년 9월 연수구가 건축주 조모(51)씨 등에게 2900여 평의 공공주차장 부지에 주차장 건물 및 골프 연습장을 짓는 건축 허가를 내준 것. 건축주는 4층짜리 건물에 1층에는 200여 대 규모의 주차장을, 2∼4층에는 골프 연습 타석을 설치했다. 철탑까지 올라가 공정률 95%를 보였던 공사는 2001년 8월 느닷없이 허가 취소와 함께 철거 명령이 떨어졌다. 인천시의 감사 결과 주차용도가 아닌 철탑 등의 공작물은 불법이라고 지적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자 건축주는 48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건축주는 “완공 직전에 건축 허가를 취소한 것은 명백한 재산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패소 가능성이 짙자 연수구는 지난해 3월 1심 선고 기일을 앞두고 궁여지책으로 고충처리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해 선고를 늦추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고심 끝에 연수구는 아예 지구단위계획안을 바꿔 골프 연습장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골프 연습장이 허용되면 구를 상대로 한 손배 소송이 원인 무효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연수구는 최근 골프 연습장 처리 관련 주민 간담회를 열었다. 주민들은 “공사 중단으로 8년째 흉물로 남아 있는 골프장 시설을 이제 완공시키자”는 주장과 “구가 행정을 잘못해 놓고 편법으로 무마하려 한다”는 의견으로 갈렸다. 연수구는 주민 의견 수렴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면 해당 지번의 지구단위계획 수정안을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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