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증시풍토 이대로는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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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주가(株價)를 조작하는 이른바 작전세력 내부의 갈등으로 살인사건까지 일어났다.그런가 하면 시세를 조작해 단기간에 13억원을 챙긴 증권사간부들이 경찰에 구속됐다.이렇게 증시를 둘러싼 말썽이 끊임 없으면 선의의 투자자들은 발붙일 곳이 없어진다.투기가 아닌 투자자들의 호감을 사려면 깨끗한 증시풍토부터 조성돼야 한다.
물론 증시 분위기가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인정한다.증시인구를 한때 7백만명까지 끌어올리는데 기여한 아마추어 투자자들은많이 물러나고,지금은 직업적 전문인들의 비정한 제로섬 게임이 대세를 좌우하고 있다.주가의 상하 변동폭을 확대 하면서부터 증시는 멋모르고 들어갈 데가 아닌 일종의 적선지대(赤線地帶)로 변하고 있다.
이처럼 증시가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곳으로 돼가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다.우리 경제는 아직도 자금수요가 왕성하고,자금시장에는 끊임없이 양질(良質)의 투자재원이 유입돼야 한다.투자처를 찾는 양질의 자금을 안심시키려면 증시를 꾸려나 가는 사람들이 우선 정당한 게임을 벌여야 한다.
이 점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증시의 크고 작은 사고들이 대부분 증권회사직원들이 주도적으로 관여한 사고라는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반복매매에 의한 시세조작이나 전주(錢主)와 결탁한「부풀린뒤 빠지기」등과 같은 교묘하고 지능적인 수법은 증시생태를 훤히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 아니면 불가능하다.상대방을 음해하는 루머조작도 빼놓을 수 없는 「작전」의 하나다.고객예탁금을아예 횡령하는 몰염치한 경우도 있다.증권거래법은 모든 불공정거래를 금지하고 있으나 우선 거액을 챙기고 보자는 욕심 때문에 법은 종종 무시된다.
증시풍토를 바로 잡자면 증권회사들의 경영이 건전해져야 한다.
재무 건전성이나 안정성에 대한 관리.감독은 보다 세밀해져야 하고,대신 투자업무의 영역을 확대해줘야 한다.그러나 무엇보다 직.간접 금융업무에 종사하는 모든 금융인들의 직업의 식이 높아져야 한다.증시는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하는데,화단(花壇)을 가꾸는 사람이 지저분하면 그 자본주의도 지저분해진다.정책당국과 감독당국및 증권사들은 증시의 근대화.선진화를 위한 방안을 내고 곧 착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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