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럼>地自制 성공의 조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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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면 실시 2개월이 채 안된 상황에서 지방자치제에 대한 걱정들이 많다.확대실시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 측면이 더 많이 표출(表出)되기 때문인 듯 싶다.공익보다는 지역이기만을 앞세워 여러 지역에서 마찰과 갈등이 쉴 사이 없이 터져나오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쓰레기매립장.댐건설등을 둘러싼 지역간 갈등,첨단공장 유치등을놓고 벌이는 지방간 알력등 크고 작은 분쟁이 서서히 전국으로 퍼지는 양상이다.약 보름만에 어렵사리 합의를 본 김포쓰레기 매립지 주민과 군포市의 쓰레기전쟁,영월댐 건설을 놓고 영월군과 정선군이 다시 맞붙은 물싸움등이 지자제 전면실시이후 나타난 대표적 지역갈등의 예라 할 수 있다.
지자체(地自體)의 입지가 강화되면 앞으로 예기치 못한 숱한 문제가 야기될 소지가 많다.이기주의를 앞세운 지자체간의 마찰을비롯,정책집행과 권한배분등을 놓고 의회와 중앙정부의 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예견된다.시민단체와 지자체간의 충돌도 일어날것이다.이해관계가 큰 분야,예컨대 도시계획.교육.요금인상.법개정이나 제정사항등을 놓고 서로 목청을 높일 가능성도 높다.
우리가 지자제를 정착시키려면 분명 넘어야 할 고개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갈등과 분쟁등 긴장관계는 어느면에서는 지자제 발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그 관계가 지나칠 경우 문제가된다.그 경우에 대비해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사실지자제가 부분적으로 도입됐던 지난 4년동안 이런 보완장치는 이미 준비됐어야 했다.어느 의미에서 중앙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하겠다. 그렇다고 지자제의 앞날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전면실시 이후 여러 곳에서 상당히 고무적이고 긍정적인 움직임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우선 단체장들의 일하려는 의욕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각 분야의 전문가를 적극 영입,지자체에 기업경영마인드를 심어가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경기.경남도,부산시등이 이미 기업인과 전직 고위 경제관료를 영입해 정무직 부책임자로 임명한 것이다.다른 지역도 이를 적극 추진중이다.충남.북과 경남.북도등은 지역실 업인들로 구성된 행정자문관을 구성해 경제행정전반에 자문을 구하기로 했다.
단체장들은 또 지역특성에 맞게,그리고 국제화감각을 살리기 위해 전면적인 조직개편도 단행하고 있다.과거 획일적으로 운영되던조직이 비능률적이라고 보고 주민을 위한 보다 효율적인 방향으로다시 기구를 짜고 있는 것이다.자립기반을 다지 기 위해 돈벌이(재정확충)를 위한 갖가지 묘안도 내놓고 있다.주민복지사업을 확충하기 위해 공채를 발행하거나 지역특성에 맞는 레저산업을 유치하는 계획등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이런 분위기가 확산됐으면 한다. 우리는 지금 지자제를 하루빨리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시간을 두고 기다릴 여유가 없다.곧 닥칠 21세기에 우리는 선진국에 진입해야 하기 때문이다.지자체가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 우리는 그 길을 앞당길 수 있다.따라서 하루빨리 선진국의 경험을우리 실정에 맞게 도입,지자제가 뿌리내리도록 서둘러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몇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우선 지자제 정착을 위한 중앙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어느 의미에선 지자제의 성패는 중앙정부의 역할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중앙과 지방정부의 기능.역할을 명확히 구분해줘지방에 위임된 사항을 철저히 뒷받침해 주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적극적으로 개입,조정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할 것이다.다음은단체장들이 지자체를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인지 명확한 비전과 철학을 가져야 한다.민선(民選)이라 해서 인기에 영합하는 행정은곤란하다.
지역주민을 위해,지역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그리고 지자체를 어떻게 운영해야 중앙정부와 큰 마찰없이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인지를 깊이 생각하며 실천에 옮겨야 한다.앞으로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각종 분쟁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도 갖춰야 할 것이다. 끝으로 시민의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지자제의 성공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없이는 기대하기 힘들다.때문에 단체장들은 주민과의 잦은 접촉을 통해 지자체의 주주는 바로 주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도록 노력해야 한다.이런 조건들이 충 족될 때 우리의 지자제는 보다 빨리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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