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공공의 적' 된 불량식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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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장수하려면 적게 먹어야 한다. 중국에 살면 이 말이 한층 더 실감난다. 불량식품 때문이다.

중국 국가질량검역국은 최근 "지난해 2000여종의 식품을 표본조사한 결과 82.1%만 합격했다"고 발표했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2001년부터 3년간 쌀.통조림.음료 등 15가지 식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전국적으로 10만6000개였다.

이 가운데 70%가 '직원 10명 이내의 가내 수공업'이다. 10%는 아예 영업허가증도 없었다. 검역을 받지 않은 상품도 절반이 넘었다. 자체 검역능력을 갖춘 기업은 3분의 1에 불과했다.

사정이 이 모양이니 기가 찰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후베이(湖北)성 징저우(荊州)시의 진진러(津津樂)조미료 공장은 지난 1월 머리카락에서 뽑아낸 아미노산 용액에 물과 화학 원료를 첨가해 간장을 만들어 팔다 적발됐다. 지난해 12월엔 허난(河南)성 시화(西華)현에서 포도 한알 들어가지 않은 원가 1마오(毛.약 15원)짜리 가짜 포도주를 생산하던 무허가 공장이 적발됐다.

자연 중독 문제도 심각해졌다. 위생부 조사에 따르면 2001년 '불량식품으로 인한 식중독 사건'이 706건이며 2만2193명의 피해 환자 중 184명이 사망했다.

실제 중독자 수는 공식 통계보다 10배나 많을 것이라는 게 위생부의 추산이다. 특히 농약 중독이 문제다.

식품 전문가들은 "농사에 사용되는 '666'이나 'DDT' 등의 농약을 체내에 갖고 있는 사람이 8억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했다.

급기야 중국 당국은 최근 불량식품을 교통 사고.살인과 함께 '3대 공공(公共)의 적'으로 꼽았다. 지난해 불량식품 때문에 목숨을 잃은 경우는 형사사건(약 7만명).교통 사고(약 11만명)보다 적지만 심리적 충격은 더 크기 때문이다. '3대 공공의 적'때문에 지불해야 할 경제적 피해는 6500억위안(약 98조원)에 달한다.

중국 GDP의 6%에 해당하는 규모다. 4년 앞으로 바짝 다가선 베이징(東京)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내기 위해서도 '3대 공공의 적'은 철저하게 관리하겠다는 게 베이징 지도부의 각오인 듯하다.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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