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회의원들 철 들었나?

중앙일보

입력

'국회'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고성과 멱살잡이가 오가는 아수라장의 현장이다. 오죽하면 외국의 넥타이와 셔츠회사가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싸우는 장면을 이용한 광고를 내기까지 했겠는가.

이러한 우리 정치 현실을 당사자인 의원들도 부끄러운지 지난 2001년 오늘(3월19일) 여야 3당 총무가 묘여 '노 샤우팅(no shouting)헌장'제정을 추진키로 했단다. 4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상대당 발언자에게 야유나 욕설을 하지 않겠다는 것에 합의를 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어쨌거나 우리 정치인들도 이제 철이 좀 들려나 싶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이 소식이 전해진후 유재식 중앙일보 베를린 특파원은 한 칼럼에서 왜 좋은 우리말 두고 하필이면 '노 샤우팅'이냐며 다소의 불만을 얘기하며 욕하는 데 이골이 난 우리 정치인들이 헌장 하나 만든다고 그 버릇 남 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유 특파원의 예견이 맞아떨어졌는지 그후 이 헌장이 제정됐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고, 16대국회의 '막말정치'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격에 맞지 않는 말들이 무성한 정치권에서 대화와 타협을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다.

정치권만 탓할 것은 아니다. 우리 국민은 남 칭찬하는데 인색하다. 대신 욕하는 데는 가위 세계 챔피언급이란다. 온갖 생물학·해부학적 용어가 난무하니 세상이 점점 험악해지는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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