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세상] 채플린,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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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면

찰리 채플린 프리미엄 박스

박스 2 : 시티 라이트, 채플린 레뷔, 뉴욕의 왕, 파리의 여왕
박스 3 : 키드, 살인광 시대, 서커스, 찰리 채플린 다큐멘터리
감독 : 찰리 채플린 외
주연 : 찰리 채플린 외
화면비 : 풀 스크린 1.33:1
사운드 : 돌비 디지털 5.1, 2.0
자막 : 한국어, 영어
제작사 : 워너
영화 ★★★★★ 화질 ★★★ 음질 ★★★

때로는 영화사적인 가치나 평가를 떠나 그 자체로 사랑스러운 영화들이 있다. 지난 1월 출시됐던 첫 번째 DVD 박스에 이어 다시금 만나게 되는 찰리 채플린의 두번째와 세번째 박스에서도 그런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 각각 두 번째와 세 번째 박스에 나눠 수록된 '시티 라이트'와 '키드'가 바로 그들이다. 물론 첫 번째 박스에 수록된 '모던 타임즈' '위대한 독재자' '황금광 시대' 등이 채플린의 최고작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시티 라이트'와 '키드'야말로 절망 속에서 작은 희망을 찾고 눈물 속에서 수줍은 웃음을 짓던 채플린의 세계가 가장 감동적으로 펼쳐진 작품일 것이다.

1889년 영국 런던의 한 빈민가에서 태어난 찰리 채플린은 1977년 88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81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그 중 70편 이상을 직접 감독.제작.주연.음악 등을 겸했다. 그가 세상에 자신의 재능을 처음으로 선보였던 시기는 다름 아닌 5살 때였다고 한다. 떠돌이 유랑극단의 단원이자 정신분열증에 걸린 어머니 대신 무대에 뛰어 들어 청중의 웃음과 환호를 받아냈다는 이 무렵의 일화는 그의 전기영화 '채플린'에도 등장하고 있다.

첫 번째 장편영화인 '키드'가 그토록 눈물겨우면서도 흐뭇했던 것도 아마도 비슷한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떠돌이 찰리는 길에서 줍게 된 아이를 정성스레 키운다. 아이가 몰래 돌을 던져 유리를 깨면 찰리가 슬그머니 나타나 깨진 유리를 가는 것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 황금 콤비는 가난하지만 애정과 행복이 충만한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은 경찰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 찰리는 아이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잠깐 행복한 꿈에 젖는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는 꿈에서조차 오해를 받고 소동에 휘말려 버리고 만다.

희극과 비극이 공존하는 아이로니컬한 삶의 예찬은 1931년작 '시티 라이트' 역시 마찬가지다. 언제나 오해를 받고 하는 일마다 소동에 휘말리며 하룻밤 지새울 곳조차 없어 길거리 동상의 신세를 지는 떠돌이 찰리, 아름답지만 눈먼 꽃 파는 처녀를 만난 그는 그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희생한다. 처녀는 그의 희생 덕분에 눈을 뜨게 되지만 여전히 초라한 떠돌이인 그는 선뜻 그녀의 앞에 나서지 못한다. 영화의 마지막, "당신이었군요" 외치며 그의 손을 잡는 그녀 앞에서 수줍게 미소짓던 떠돌이 찰리. 그 미소야말로 공황시대 삭막한 도시의 삶을 비추는 빛이었던 것이다. 두 개의 박스라는 부담감이 있지만 DVD에는 다큐멘터리, 당시 제작 현장을 담은 클립, 단편영화 등 다양한 부록이 가득하다.

모은영

*** 요대사

밤길을 배회하던 떠돌이 찰리는 술에 취해 자살을 기도하려던 한 남자를 발견하곤 사생결단으로 그의 자살을 막는다. 돌에 발등을 찧이고, 대신 물에 빠지면서도 남자를 구해낸 찰리가 전하는 삶의 메시지. "내일도 새들은 노래할 거예요. 용기를 내요, 삶에 맞서는 거예요" - '시티 라이트' 중에서

*** 조장면

꽃 파는 소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했던 떠돌이 찰리. 마침내 그를 알아본 소녀를 마주보며 어색하게 웃는 그의 마지막 웃음은 아마도 영화 사상 가장 감동적이며 순수한 장면일 것이다. - '시티 라이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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