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刑罰-刑은 중죄 罰은 경범죄 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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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刑은 井(우물 정)과 (刀.칼 도)의 결합이다.井은 우물위에가로나 세로로 얽어놓은 나무를 본떠 만든 글자다.일정한 방향으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얹음으로써 우물이 무너지거나 사람이 빠지는 것을 방지했다.따라서「井」자는 그 자체로 서 하나의 법칙.규범을 뜻한다.질서정연(秩序井然)이라는 말이 있다.
또 우물에는 늘 많은 사람들로 북적대곤 했는데 그럴수록 양보와 질서가 중요했다.곧 예로부터 우물은「법」(法)의 상징이기도했다. 우물(法)에서 질서를 어기면 안 되듯이 법을 어기면 엄한 벌()을 준다는 뜻에서「」를 덧붙인 것이 刑자다.칼은 예로부터 위엄과 형벌을 상징했기 때문이다.
한편 罰은 (網.그물 망)과 言(말씀 언),의 결합이다.여기서「」은 옛날 죄수를 호송할 때 머리에 씌웠던 그물,곧「용수」를 뜻한다.사람이란 잘못(非)을 저지르면 용수틀()을 뒤집어 쓰게 되는데 그것이「罪」다.용수를 씌운 죄수()를 잡아다 칼()로 위협은 하되 말(言)로 꾸짖는 것이 罰이다.따라서 직접 칼을 휘두르는 刑보다는 좀 가벼운 죄를 범했을 경우다.
이제 刑과 罰의 구별이 가능해진다.刑은 중죄(重罪)를 다스리는 방법으로 직접 신체에 위해(危害)를 가하는 경우다.그래서 극형(極刑)이니 사형(死刑)이라는 말이 있다.그러나 罰은 지금의 경범죄에 해당되어 금품(金品)으로 「속죄」(贖 罪)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그래서 벌금(罰金)이라는 말이 있게 된다.이렇게 본다면 「엄벌(嚴罰)에 처(處)한다」는 표현은 무리가 있다.대신 「엄형」(嚴刑)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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