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스크린 진출한 악역 전문배우 김학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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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배우는 전생에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기에 평생 남이 써준 대사를 읊으며 눈물 지어야만 하는가.』 연극배우 김학철(36)은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나오는 이 대사를 지난 17년간 하루도빠지지 않고 새김질해왔다.그리고는 『그래,배우란 직업은 나에게업보다.그렇다면 더욱 준엄하게 벌을 받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78년 현대극장 연구생 4기로 연극계에 입문한 이래 그를 지탱해준 원동력은 이같은 지독한 자존심이었다.
서울예전을 마친 83년 동랑 레퍼토리의 『자전거』로 무대에 데뷔한 이래 50여편의 연극에 출연했다.『불의 가면』에선 광기어린 독재자역을,『불지른 남자』에선 신념에 찬 인물을 창조하며대학로 연극가 간판 성격배우로 위치를 확고히 다 져왔다.
90년에 열연한 『청부』로 이듬해 동아연극상을 받았다.
그런 김학철이 이제 영화관객들을 상대로 자신의 파괴적인 연기력을 온몸으로 펼친다.
겨울에 개봉할 박헌수감독의 신작영화 『진짜 사나이』에서 주인공 권해효를 「터미네이터」처럼 줄기차게 괴롭히는,표독하면서도 철학적인 맛이 배어나는 폭력배 두목 「망치」역을 맡은 것이다.
임권택감독의 『개벽』에서 동학교주 처형을 맡은 서대감역을 맡아 1분정도 출연한 적이 있어 이번이 두번째 영화출연이다.『그래서 이번 작품을 데뷔라고 여깁니다.나에게 정말 적당한 역할이니까요.』 그는 꿈꾼다.허장강.이예춘 등의 맥을 잇는 악역 전문 배우가 되기를.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 죄를 저지르겠다는 지독한 악인,그러나 인생의 쓴 맛도 알고 인간적인 얼굴도 내밀줄아는 개성있는 악당을 스크린에 재현하고 싶어한다.
그의 스크린 진출은 한국영화계에 큰 자극이자 충격이 될 것 같다고 말하는 영화계 사람들이 벌써부터 적지 않다.
글=蔡仁澤기자 사진=吳東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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