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서울市 성수대교 전면再시공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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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전문가의 안전진단 미진과 「조기개통」에 집착,신중하지 못했던서울시의 대응자세가 성수대교 복구방안을 왔다갔다하게 만들었다.
서울시는 14일 『다리를 새로 놓겠다』고 발표했다.이는 그동안진행되던 복구작업,즉 기존트러스를 보수해 쓰려 던 복구방안을 백지로 돌린 것이다.그 결과 성수대교 재개통은 당초 발표보다 1년이상 늦어지게 됐다.결국 그동안 행정.예산낭비만 하게 됐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성수대교 복구방안 변경,문제점등을 심층진단해 본다.
[편집자註] 서울시는 지난 1월 「성수대교는 남아 있는 구조물을 재사용해 원형대로 연말까지 복구하고,양 옆에다 화물차전용교량을 4년쯤 걸려 새로 놓겠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지난 6월 최병렬(崔秉烈)前시장은 『콘크리트 상판을 걷어내보니 트러스 수평재 상당수가 휘어 있어 이를 수리하려면 연말 개통이 불가능하다』며 일부 트러스의 교체를 시사했었다.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다리 가운데 있는 교각 8개 만 보강해 사용하고 모든 트러스는 물론 접속교 교각까지 뜯어버리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동안 서울시가 이렇게 갈팡질팡하게 된 이유는 당초 복구계획이 잘못됐고 서울시가 이를 너무 서둘러 확정했기 때문이다.서울시는 대한토목학회의 「여러 복구방안을 비교 검토한 결과 구조적인 안전성.복구기간.유지관리 용이성 등을 고려,기 존 교량형태로 복구할 것」이라는 건의를 받아들여 보수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이때 예상한 복구기간은 약 11개월.
대한토목학회가 이같은 건의를 하게된 근거는 『성수대교 잔존구조물에 대한 현장외관조사와 비파괴검사 결과 앵커트러스와 현수트러스 모두 부재(部材)단면의 용접상태와 부재연결부의 연결상태가양호한 것으로 파악돼 부분적인 보수로도 교량의 원기능을 회복할수 있다』(대한토목학회 공청회 자료 10쪽 옮김)는 조사결과다. 그러나 이 조사결과는 최근 성수대교 시공감리를 맡은 영국의RPT社 기술진이 7월초 『비파괴검사등을 통해 트러스부재의 용접상태를 조사한 결과 현수트러스는 물론 앵커트러스 주부재의 맞댐용접이 모두 「I형」으로 돼 있고 상태도 ■倡■■■■造諪癬痛■것과는 크게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정밀안전진단에 참여했던 대한토목학회의 한 관계자는 16일 『조사당시 트러스 주부재의 공장용접을 한 부분은외관조사만 했다』며 『외관상 용접상태는 깨끗해 괜찮은 줄 알았다』고 말했다.그는 또 『원칙적으로는 모든 부재 에 대해 비파괴조사를 했어야 했지만 당시에는 여러가지 사정상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RPT社는 7월 중순 서울시에 제출한 「기존 트러스부재재사용에 관한 보고서」에서 보수를 할수도 있으나 다리를 새로 놓는 것보다 「비용은 3배,기간은 6개월 이상」 더 소요된다』고 밝혔다.RPT社는 또 『돈과 시간을 그렇게 들인다 해도 기술적으로는 만족할 만한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서울시는 여하튼 어쩔 수 없는 궤도수정을 했다.그러나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이번 결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첫째,왜 꼭 원형으로 복구하느냐를 문제삼고 있다.게르버트러스橋보다 공사비도 덜 들고 유지관리도 쉬우며(트러스橋는 부재가 수천개로 유지관리가 어려움),모양도 더 좋은 교량이 얼마든지 가능한데 『설계기간이 6개월 더들기 때문에 안된다 』는 서울시의 고집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둘째,DB-24(차량총중량43.2통과가능)인 4차선교량을 놓고 또 금방 화물차전용교량을 양 옆에다 2차선씩 붙이겠다는 발상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단번에 6차선쯤으로 건설하는게 남북 램프설계도 쉽고 교통처리도 원활하며 돈도 적 게 드는 방안이 아니냐는 것이다.
셋째,전문가들은 내년 말 개통도 의심하고 있다.성수대교 복구설계에 참여하고 있는 한 전문가는 『다리를 제대로 만들려면 공사물량.공사비를 다시 추정하는 등 설계보완에 4개월쯤 걸리고,공사는 그 후 18개월정도 해야 할 것』이라고 귀 띔하고 있다.대한토목학회도 지난 1월 공청회에서 이번 서울시가 발표한 방안과 똑같은 「상부구조 전면교체방안」을 제시,4년쯤 걸리는 대안이라고 평가했었다.이 「4년」을 서울시가 또 어떤 방법으로 1년4개월로 줄일지 이해가 안된다.결국 또 서두르다 부실(不實)을 자초할까 우려된다.
이번 서울시 결정에 대해 한 전문가는 『당초계획이 엉터리로 밝혀졌으면 이를 땜질해 그냥 넘어가기보다 당연히 원점에서 다시시작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陰盛稷〈本社교통전문위원.工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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