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한마디] 은행 PB를 괴롭혀야 수익이 늘어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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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돈 많이 벌고 싶다면 은행을 괴롭혀라.”

한국씨티은행 압구정현대한양지점의 강주현(사진) 프라이빗뱅킹(PB) 팀장이 고객에게 늘 하는 말이다. ‘은행을 괴롭혀 돈을 더 버는 방법’은 바로 PB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은행·증권사들이 운영하는 PB는 일명 ‘부자클럽’으로 통한다.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금융자산이 1억원 이상 돼야 프라이빗 뱅킹을 이용할 자격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증권사는 자격이 안 되더라도 고객이 요구하면 각종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를 받은 고객이 자사의 금융상품을 구입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강 팀장은 “PB라면 굉장한 부자들만 이용하는 서비스로 알고 있는 고객이 많다”며 “그러나 의외로 PB 서비스의 이용 문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PB를 통해 어떤 식으로 은행을 괴롭힐 것인가. 은행은 PB 고객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금융상품 정보와 투자보고서를 보낸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사는 고객들에게 정보를 한 번 걸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머물러선 PB를 제대로 활용한다고 할 수 없다.

강 팀장은 “자신에게 적합한 전담 PB 직원을 붙여줄 것을 은행에 요구하라”고 제안했다. 물론 전담 직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투자자의 의사에 달렸다. PB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다양하고 범위가 넓기 때문이다. 통상 PB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단순히 금융상품을 소개하는 수준부터 절세 방법, 노후 설계까지 다양하다. 가족구성, 재정상태, 향후 수입과 지출 등을 분석해 전체 자산을 재설계하기도 한다.

서울 강남의 돈 많은 고객을 주로 상대해 온 강 팀장은 “전담 직원을 많이 괴롭힌 투자자가 통상 수익률도 높았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특히 분산투자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꼭 PB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에 따른 위험을 분산하는 것은 물론 여윳돈을 굴리는 기간에 따라 투자방법도 달라져야 하는데 아마추어가 이런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6개월 후에 당장 써야할 돈이라면 특판 정기예금, 2~3년 후에 필요한 돈이라면 적립식 펀드, 10년 후에 쓸 자금이라면 연금상품을 택해야 한다. 또 투자성향에 따라 적립식펀드를 선택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선진국에선 이런 PB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일정 수수료를 내야하지만 아직 국내에선 무료다. PB를 통해 인적 네트워크를 넓힐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강 팀장은 “은행은 PB 고객들에게 문화공연·세미나·소모임을 제공하고 있다”며 “PB가 인적 네트워크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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