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독립운동 재평가작업 미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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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광복 50주년을 맞아 지난날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재평가하는 작업이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일제하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여성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을밝혀내고 또 독립운동가를 뒷바라지한 아내의 내조를 역사적으로 재평가하는 작업은 매우 부진해 「여성적 역사쓰기」가 필요하다는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제껏 여성독립운동가와 그들의 활동에 대한 연구는 학계의 몇몇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한 학술논문이나 직접 독립운동에 참가했던 이들의 자서전 또는 체험기가 있으나 일단 양적인 면에서 매우 부족한 상태다.
3.1여성동지회(회장 金貞愛)가 지난 80년 펴낸 『한국여성독립운동사』와 여성사학자 박용옥(朴容玉.성신여대 사학과)교수가저술한 『한국여성독립운동』(1990)등이 본격적으로 여성독립운동사를 다룬 책으로 꼽을 수 있다.
또 체험기나 자서전으론▲김구(金九)선생등과 함께 상해 임시정부에서 활약했던 여자독립군 정정화(鄭靖和)할머니의 자서전 『녹두꽃』(1987)▲우당 이회영(李會榮.李鍾贊의원의 조부)선생의부인이었던 이은숙여사가 75년 집필한 『독립운동 가 아내의 수기-서간도 시종기』▲수원 제암리 학살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였던 전동례할머니의 『두렁바위에 흐르는 눈물』(뿌리깊은 나무刊)▲최근 발간된 독립투사 이상룡선생의 손부(孫婦) 허은(許銀)여사의회고록 『아직도 내귀엔 서간도 바람 소리가』(정우사刊.1995)등이 있다.
朴교수는 『여성들의 독립운동은 남성들 뒤에서 보이지 않게 뒷바라지 한 것을 비롯,위험한 무장투쟁까지 매우 다양했다』며 이책들은 독립운동이나 독립운동을 내조한 그 시대 여성의 숨은 삶과 생활사를 알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된 다고 평가.실제로 출간 당시 88세였던 鄭할머니는 자서전을 통해 임정밀사자격으로 독립운동 자금모금의 밀령을 띠고 여섯차례나 국내에 잠입하는등 활동상을 털어놓아 비로소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게 됐다. 최근들어 여성학과 역사학계에서는 이제까지의 역사란 히스토리(history),즉 남성의 역사였으므로 역사의 뒤안길에서 제대로 기록되지 못했고 평가 또한 부진한 여성의 역사 (her story)를 새로이 써야한다는 문제제기가 돼왔다.
정부의 재정적 지원없이 여성독립운동에 관한 학술강연회와 저술작업등을 해온 3.1여성동지회 김정애(金貞愛)회장은 『독립유공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도 여성들이 했던 활동은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독립운동가의 아내로,또 그 딸로서 해온 활동은 당시의 상황을고려해 볼때 가장의 활약에 못지않게 평가받아야 한다는게 金회장의 주장.
95년 현재 국가보훈처가 인정한 여성독립유공자는 총 88명.
여기에 광복 50주년을 기념,새로 선정된 26명을 합해 총 1백명 남짓한 여성의 활동이 정부의 공식적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이들에 대한 역사적 발굴과 재조명 작업이 광복 50년을 맞는 우리에게 새로운 숙제로 남아있다. 〈文敬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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