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치범과의 전쟁’…떳다 '삼촌 경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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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안양 초등학생 납치 사건·일산 초등학생 납치 미수 사건 등 어린이를 대상으로하는 범죄가 잇따라 보도되면서 어린이 안전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설경호업체는 최근 학부모들의 문의 전화가 급증해 일에 신이 났다. 학부모 사이에 자녀의 안전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경호업체인 거황시큐리티의 서상정(26) 경호실장은 “어린이 납치사건 이후 자녀를 개인 경호하는 데 드는 비용을 묻는 사람이 부쩍 늘어났다”고 말했다.

납치 사건이 보도되기 전인 지난 2월 쯤만 해도 자녀와 관련된 경호 문의는 월 1·2건에 지나지 않던 것이 최근 들어 주 3·4회 정도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송파구 인근 초등학교에서는 요즘 하교 시간이면 부모 대신 아이들을 데리러 나온 경호원을 종종 볼 수 있다.

어린이 사설 경호는 주로 경호를 받는 당사자인 어린이에게 경호원의 신분을 숨긴 채 밀착동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일명 ‘삼촌 경호’라고 부르기도 한다.

경호업체 직원들의 설명에 따르면 어린이 경호를 의뢰받은 요원은 매일 아침 인근에 사는 아이의 삼촌이나 형인 것처럼 다가가 아이의 등·하굣길에 동행한다. 행선지가 같은 것처럼 말하며 학교까지 차로 아이를 바래다주기도 한다.

경호원 신분을 노출하지 않는 이유는 만일 아이가 경호 받고 있음을 알게 됐을 경우, 자신의 사생활이 침해받았다고 생각해 거부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서 실장은 “아이 옆에서 공부를 봐 주거나 잠깐씩 놀이처럼 호신술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부모가 없는 시간에 보호자가 됐다는 마음으로 경호를 수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부모가 사설경호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호업체 관계자는 “솔직히 아이에게 경호원을 붙이려면 맞벌이 부모 중 한 명의 월급에 해당하는 돈이 지출되기 때문에 부모 입장에서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닐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호업체에 문의해 오는 학부모는 많아도 실제로 경호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이유다.

대신 아이가 스스로의 몸을 방어할 수 있도록 태권도·검도 등 자녀를 호신술 학원에 보내거나 자녀에게 간단한 호신용품을 지니게 하는 부모도 있다. 분당에 위치한 한 태권도장의 조시형 사범은 “최근 아이에게 호신술을 가르쳐주려는 학부모들의 문의 전화가 많아졌다”라고 말했다.

조씨가 사범으로 있는 학원에서는 납치 사건 이후 최근 한 달 간 호신술 습득을 이유로 학원에 새로 등록한 원생만 다섯 명이다. 조씨는 요즘 아이들에게 의심스러운 사람이 접근해올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가르쳐주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학교 앞 문방구에서는 어린이가 쉽게 휴대할 수 있는 호신용품인 호루라기도 많이 팔리고 있다. 호신용품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 총포의 정청화 대표는 “어른들은 물에다 고춧가루를 섞은 분사기나 전기충격기 등을 사용하지만, 어린이는 이런 용품을 휴대할 수 없게 돼 있다. 가장 기본적인 호신용품인 호루라기를 휴대하는 아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J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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