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이슬람圈 文明충돌 예고-보 분할구도 이슬람圈 자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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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크로아티아가 세르비아系 점령지 크라이나를 탈환하면서 유고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외교노력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슬람圈의 보스니아 지원 움직임이 점차 가시화(可視化)함으로써 불안 기운이 높아지고 있다.
現상황을 사태해결에「진정으로 유망한 순간」으로판단하고 있는 빌 클린턴 美대통령은 앤서니 레이크 백악관 안보담당특별보좌관을영국.프랑스.독일등 유럽동맹국들에 파견,새로운 보스니아 영토분할안에 대한 지지를 설득하고 있다.
미국의 보스니아 분할안은 보스니아 회교도와 크로아티아系에 영토의 51%를 할당하고 나머지 49%는 세르비아系에 넘긴다는 이른바 밴스-오웬案을 수정해 유엔안전지대인 고라주데까지 세르비아系에 넘겨주는 내용으로 돼있다.
다시말해 유엔 안전지대를 아예 세르비아系에 넘겨 분쟁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특히 이같은 방안이 이미 세르비아系에 의해 거부된 적이 있는 만큼 세르비아系의 몫을 49% 이상으로 수정할 의향이있으며,이를 유럽동맹국들에도 설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세르비아가 보스니아를 승인하는 대가로 세르비아가 주도하는新유고연방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이같은 외교적 노력을 한꺼풀 벗겨보면 평화정착에 급급,보스니아사태의 근본적 해결보다 미봉책(彌縫策)을 추구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미국의 이같은 영토분할안은 보스니아를 강자(强者)인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에 양분(兩分)해 주고 보스니아를 자치주(自治州)수준으로 격하시키겠다는 이른바 투지만 라인案과 맥이 닿아 있다.
또 러시아가 프라뇨 투지만 크로아티아 대통령과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세르비아대통령을 초청,중재를 시도하려 했던 배경에도 이같은 의혹이 짙게 깔려 있다.
물론 보스니아를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가「사이좋게」분할해 갖는다면 보스니아에서 우선 총성은 멎을수 있다.
그러나 유엔이 인정한 주권국인 보스니아를 이처럼 나눠 먹는다면 이는 문명의 후퇴와 다름없다.국제정의에 어긋나는 일로 정글에서나 통용되는 강자위주의 논리다.
보스니아 회교정부가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리도 없으며 설사 강제 분할된다 해도 회교도들이 끝까지 저항,발칸지역의 평화정착은 요원해질 것이다.
보스니아 회교정부는 서방측에 의한 보스니아 분할을 저지하기 위한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다.10일 보스니아와 터키가 군사협정을 체결한 것은 이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그간 보스니아 회교정부를 직.간접으로 지원해온 이슬람권도 보스니아에 대한 무기금수 해제등 보스니아에 대한 연대를 강화하고있다.이란과 말레이시아는 이미 무기공급을 시작했다.
같은 기독교권인 세르비아(그리스정교)와 크로아티아(가톨릭)가보스니아 회교정부를 고사(枯死)시키려 할 경우 앞으로 유고사태는 기독교권對 이슬람권간 본격적인 문명충돌이라는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마저 있다.
〈劉載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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