徐錫宰파문 政局운영 惡材-갑작스런 돌출로 YS구상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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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석재(徐錫宰)발언 파문은 정국을 엉망으로 만들었다.특히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정국운영구상을 흔들어놓았다.
정상대로라면 지금 한창 8.15구상이 회자될 때다.당연히 남북문제가 관심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아마도 여권은 그것을 정국돌파의 계기로 활용하려 했을 것이다.그러나 한마디도 없다.오히려 쌀 수송선 북한억류로 남북관계는 긴장국면이다.
8.15 대북(對北)제의를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뿐만이 아니다.8.15가 끝나면 그 여세로 당정개편을 단행한다는게 여권의 계획이었다.그러나 이번 파문은 당정개편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평상시라면 지금쯤 하마평이 한창일 것이다.
누가 어디로 갈 것이라는 얘기가 꽃을 피우고 있을 때다.모두가대통령에게 잘보이기 위해 기를 쓰고 있을 때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별 얘기가 없다.싱겁기 이를데 없다.그런가하면 민자당은 더욱 뒤숭숭해졌다.가뜩이나 지방선거이후 계파갈등이 고개를 드는 찰나였다.그런데 이번사건으로 갈등의골은 더욱 깊어졌다.전직대통령 4천억원 비자금 파문이 괜시리 계파갈등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그 와중에 민자당 충청출신의원들의 집단 탈당설이 돈다.되는 일이 없는 형국이다.더군다나 민주계 내부도 분위기가 썩 좋지만은 않다.
문제는 또 있다.사면복권문제다.여권은 대상자명단을 확정해 놓았었다.그러나 수정이 불가피해져 확정된 명단을 다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여권의 결속이 최대현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속에서 지난 8일밤 여권 수뇌부가 모인 것으로 전해진다.국무총리.민자당대표.안기부장.대통령비서실장등이다.정국타개책을 논의했다는 후문이다.그러나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들린다.사면복권의 폭을 늘리자는 얘기가 오 갔다고 한다. 金대통령 입장에서 가장 큰 타격은 아마도 당정개편일 것이다.인사(人事)를 만사(萬事)로 아는 그이기 때문이다.
金대통령은 徐前장관을 요직에 기용할 예정이었다.徐前장관의 포부 또한 대단했다.그는 여권결속을 위한 모종의 프로그램까지 만들어 놓고 있었다.한때는 徐前장관의 청와대 비서실장설도 있었다.그러나 徐전장관 자신이 黨요직을 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그래서 민자당 사무총장설이 있었다.
徐前장관은 민주계의 마지막 남은 카드로 여겨져왔다.그만이 유일하게 역량을 시험받지 못했기 때문이다.민정계와도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 그다.그러나 그의 요직 기용 가능성은 이제 줄어들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金대통령이 중책을 맡 기면 그만이다.그러나 그러기에는 민주계의 총체적 역량이 모자라는 분위기다. 따라서 徐前장관이 당요직을 맡기는 어렵다고 봐야 할 것이다.결국 대통령의 인사구상은 뿌리째 흔들리고 말았다.처음부터 다시 짜야 하는 형편이다.마땅한 대타(代打)도 없는 상황이다.여권이 제몸을 추스르는데는 다소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시간이 없는 상황이다.안팎으로 상당한 압력에 시달리고있다.金대통령의 정국돌파 방법이 무엇인지 관심을 모은다.
〈李年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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