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등에 올라탄 ‘21세기 자금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베이징 올림픽 개막(8월 8일)이 4개월 남짓 남았다. 티베트 문제로 성화 봉송 과정이 시끄럽고, 개막식 불참 압력도 높아 가고 있지만 중국의 올림픽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있다.

올림픽 스타디움은 6년간의 공사를 마치고 18일 일반에게 공개된다. ‘장엄’과 ‘위엄’이라는 중국 건축의 특징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스타디움은 중국이 추구하는 ‘중화민족 부흥’의 정치적 의지를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올림픽 스타디움은 중국의 용맥(龍脈)을 타고 앉았다. 자금성(紫禁城)의 정북 방향으로 10여㎞ 지점이다. 이 맥은 명대와 청대의 황궁인 자금성의 태화전(太和殿)을 축으로 천안문 광장과 마오쩌둥(毛澤東) 기념관으로 이어져 있다. 예부터 중국의 정치적 중심이자 권력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줄기다.

베이징(北京)에서 만난 젊은 건축 전문가 양춘옌(楊春燕·33)은 “자금성이 과거의 중국을 대변한다면 올림픽 스타디움은 현대의 중국을 대표하는 상징적 건축물이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메인 스타디움 옆에는 물의 성질을 그대로 표현한 수영경기장 ‘수이리팡(水立方)’이 자리하고 있다. 최신 설계와 첨단 기법으로 짓고 있는 이들은 자금성과 외관은 전혀 비슷하지 않지만 사실상 서로 닮은꼴이다.

건축가 장다쉰(張大勳·29)은 “베이징의 축선에 자리 잡았다는 점과 위엄과 권위, 기세를 상징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금성과 올림픽 스타디움은 중국인의 건축 심리가 그대로 투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성과 올림픽 스타디움의 본질은 같다는 얘기다.

베이징 올림픽 곳곳에는 중국인의 ‘수퍼 사이즈’ 의식이 배어 있다. 뭘 해도 세계 최고, 사상 최대다. 올림픽 스타디움과 중앙방송국(CC-TV) 본사 건물, 국가대극원(國家大劇院) 등 초현대식으로 새로 짓는 건물들도 사이즈는 자금성과 만리장성의 맥을 잇는 초대형이다. 13억 인구를 자랑하듯 행사에 동원하는 인원도 상식을 뛰어넘는다.

중국 공산당이 베이징의 축선을 올림픽에 다시 활용한 이유에 대해 중국 건축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황권이 대표했던 권력의 고도 집중과 이를 통한 중국의 통합이 그 기본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과거 축선의 복원을 통해 현재 분열돼 있는 중국의 통합과 안정, 나아가 번영과 발전을 노리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정치적 의도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분권화를 추구하면서 생태적인 환경을 강조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추세와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최근의 티베트 사태로 촉발된 서방세계와 중국의 불일치 현상도 이런 흐름의 결과로 분석하는 사람도 있다.

이름을 밝히기 거부한 베이징의 한 전문가는 “13억 인구에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중국은 통합의 틀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반대와 부작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선택을 밀고 나갈 것”이라며 “베이징 올림픽은 세계를 향해 중국을 과시하고 내부적으로는 단결과 통합을 강조하는 마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유광종 기자

▶ [중앙NEWS6] 첨단과 전통의 도시로 바뀐 베이징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