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거품 '상한선' 그어 억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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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 아파트 분양 인허가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들이 가격 상한선을 제시하며 분양가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 사진은 시 측에서 평당 600만원을 넘지 못하게 한 충남 천안시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봄을 맞아 아파트 분양이 쏟아지면서 자치단체들이 분양가 상승세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특히 관심을 끄는 지역에선 아예 상한선을 제시하며 업체들의 분양가 인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상한선이 무너지면 분양가가 올라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초 지난달 말 예정이던 이수건설의 충남 천안시 백석동 브라운스톤천안(33~55평형 901가구) 청약은 지난 15일에야 시작됐다. 천안시청 측과 분양가 협의가 늦어지면서 모델하우스 문을 연 지 한달이 지나서야 분양승인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애초 40평형 이상의 경우 분양가를 평당 620만~630만원에 정했으나 시에서 "높다"며 두 차례나 분양가 인하 권고 공문을 보냈다. 결국 전 평형의 평당 분양가를 600만원 이하로 맞춰 분양승인을 받았다. 55평형이 평당 600만원인 3억3540만원이다. 이수건설 관계자는 "분양이익이 40억원가량 줄게 됐지만 분양을 마냥 늦출 수 없어 조정했다"고 밝혔다.

천안시 신방동 대주파크빌(40.45평형 297가구)도 600만원이 넘던 평당 가격을 599만원으로 조정하는 바람에 입주자 모집공고를 예정보다 3일 늦은 15일 발표했다. 천안시청 관계자는 "올해 고속철도가 개통하는 이 지역에 아파트가 분양될 예정인데 600만원을 넘기면 700만원 돌파도 시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천안지역 분양 예정 물량은 1만여가구에 달한다. 이제까지 분양가가 가장 비싼 아파트는 지난해 11월 용곡동에 분양된 동일하이빌로 평당 550만~590만원 선이었다.

대전지역 일부 자치단체는 분양가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가전제품 등 옵션품목 가격을 제외하고 책정토록 업체들에 요구하고 있다.

청담.도곡저밀도지구 분양이 잇따르는 서울 강남구의 마지노선은 평당 2000만원. 지난 1차 동시분양 때 청담동 단지를 분양한 동양고속건설은 처음에 평당 최고 2400만원까지 책정했다가 두 차례나 동시분양에 참여하지 못했고, 결국 2000만원 이하에서 결정.분양했다. 역삼동 개나리 2차 재건축단지를 지난 2차 동시분양 때 분양한 현대산업개발도 평당 1990만원대로 정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3차 동시분양에 참여해 개나리 1차 재건축단지를 분양할 삼성물산(23~55평형 148가구)도 평당 가격을 2000만원 이하에서 정할 예정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앞서 2000만원 이하에서 분양된 단지들과 비슷한 선에서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5월 8개 단지 5300여가구의 시범단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분양에 들어가는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 분양가는 건설교통부.화성시 등에서 평당 700만원을 넘지 않게 유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상한선 규제는 분양가 상승세를 잡는 데 단기적인 약발밖에 거두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당장에는 분양가 인상 폭을 줄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주변 아파트 시세가 계속 오른다면 분양가도 제자리걸음만 할 수 없기 때문에 상한선은 멀지 않아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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