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파문 5.6共의 대형사건-동화銀 비자금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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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5,6共은「비자금 천국」이었다.권력 창출이 비정상적이다 보니운영도 통상의 방법으로는 불가능했다.「검은돈」이 권력운영의 윤활유 역할을 했다.비자금 염출은 대부분 기업이 도맡았다.권력은기업에 특혜를 주고 기업은 그 대가로 뒷돈을 상납했으며 최고권력자는 이 돈을 정치인.관료들에게 돌리는 거대한 부패고리가 형성됐다.정치권의 이같은 분위기는 사회전반으로 퍼져 너나없이 부패의 사슬속에 얽혀 들어갔다.5,6共에서 저질러진 대형 비자금사건을 정리해본다.
93년2월 출범한 김영삼(金泳三)정부는 과거정권의 비리에 대한 본격 사정작업에 착수했다.
검찰은 그해 4월 안영모(安永模)은행장의 비계좌를 찾아냈고 5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수십차례 돈세탁을 거쳐 5,6共 실세들에게 전달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진다.
청와대 경제수석이었던 김종인(金鍾仁)씨.前재무장관 이용만(李龍萬)씨.금융계의 황제 이원조(李源祚)씨.청와대경호실장 L씨,고위관료 H.J.A씨등 20여명 가까운 실세들이 수사대상이었다. 계좌추적 과정에서 5백억원에 달하는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과현 야당고위층 인사의 비자금 1백억원도 함께 포착됐다는게 당시수사관계자의 말이다.수사망에 잡힌 정치자금이 모두 8백억원 규모다.이때부터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워낙 거물이 많았고 새로 출범한 정권까지 상처를 입을만한 내용도 있었기 때문이란 소문이었다.
검찰은 사건을 安행장 개인의 비자금 착복사건으로 몰고갔지만 5월3일 中央日報가 검찰조서를 입수,安행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정치인 명단을 특종보도하는 바람에 사태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원조씨는 보도직후인 5월5일 신병을 이유로 병원에 입원했다. 李씨가 병원에서 『현정권 출범과정에서 제공한 정치자금의 내용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한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검찰은 정치인 관련사실을 계속 부인하다 18일 李씨가 일본으로 출국하자마자 다음날 이용만.김종인씨의 수뢰사실과 사법처리 방침을 서둘러 공표했다.
이름이 거론된 다른 고위 관료.정치인들은 「증거가 없다」며 묻혀졌다.
검찰은 여론이 잠잠해질 무렵인 그해 11월 李씨를 「무혐의」로 내사종결했고 李씨는 1년5개월만인 지난해 10월 귀국했다.
따라서▲李씨가 관리했다는 수백억원의 실체와 행방▲전직 대통령1명의 계좌에서 발견됐다는 5백억원 가까운 돈의 조성과정▲다른정치인.관료들의 비자금 관리실태가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문민정부 출범직후인 93년4월 감사원은 국방장관.청와대수석을포함한 군 고위층들이 전투기등 무기구입 과정에서 무기상들에게 거액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감사자료는 검찰로 넘겨졌고 한달여의 수사를 거쳐 이종구(李鍾九)국방장관.金철우前해군참모총장.무기거래상등 5명이 구속됐다.
국방을 담보로 한 비리라는 점에서 큰 충격을 준 이 사건은 그러나 김종휘(金宗輝)씨 도피로 더이상 밝혀내지 못한채 종결돼비난을 샀다.
국내 슬롯머신 업계 대부인 정덕진(鄭德珍).덕일(德日)형제가6共실세인 박철언(朴哲彦)의원과 엄삼탁(嚴三鐸)안기부기조실장,이건개(李健介)고검장등에게 돈을 건네준 협의로 검찰수사가 시작됐다. 수사결과 슬롯머신 업자가 최고위 정치권은 물론 경찰.언론에도 수십억원대의 로비자금을 뿌려온 사실에 국민들은 경악했다.검찰은 슬롯머신에 이어 카지노 업계도 수사를 벌였지만 별다른성과없이 정치자금 제공 의혹만을 남긴채 마무리했다.
한보주택은 88년4월부터 서울강남의 노른자위 땅인 수서.일원지구 자연녹지 4만9천여평을 사들여 경제기획원등 26개 정부기관과 금융기관 주택조합에 소유권을 넘겼다.
이땅은 91년1월21일 택지로 전환됐고 이과정에서 한보그룹의정.관계 로비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개발이익이 3천억원인 이땅의 택지전환과정에서 청와대관계자.정치인들이 개입,7억원대의 뇌물이 오간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한보그룹 정태수(鄭泰守)회장.장병조(張炳朝)청와대비서관.이원배(李元湃)의원등 정치인과 기업인.공무원 9명을 구속,사건을 마무리했다.
최고위급 여야 정치인들은 물론 청와대까지 관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단순 뇌물사건으로 끝났다.
93년6월30일 종업원임금을 체불하고 1백20만달러 해외도피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한양건설 배종렬(裵鍾烈.당시55세)사장은수사과정에서 폭탄선언을 했다.
裵씨는『2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1백80억원을 노태우(盧泰愚)前대통령에게 전달했고 나머지는 수천만원씩 국회의원들에게 줬다』고 말한 것이다.
裵씨는 中央日報 보도가 나간뒤 법정에서 이를 부인했다.
결국 한양의 정치권 비호설은 확인되지 못한채 묻혀버렸다.
검찰은 지난해 2월 과거정권의 정치자금 내사를 벌였다.
정부의 갑작스런 태도변화가 무엇 때문이었는지는 정확하지 않고내사도 극비리에 진행됐다.
검찰은 거액의 양도성 예금증서(CD)에 대한 매입자금 출처를역추적,3개월만에 6共의 정치자금 조성과 유통과정의 윤곽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진다.
기업들은 각자의 비자금용 가명계좌에서 돈을 인출,국민은행 S지점에 개설된 모기관 명의의 가명계좌에 수백억원을 입금시켰고 이 돈이 정치권.고위관료들에게 분산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안병화(安秉華)前한전사장의 원자력발전소 설비 수주관련 수뢰가 포착된 것도 이 과정에서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더이상의 추적을 멈추고 봉합에 나섰다.
〈金鍾赫.權寧民.李相列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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