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되는 비결을 가르쳐 드립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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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호 12면

‘부자가 되어야겠다’. 진심으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30년도 더 지난 이야기다. 급성 장출혈로 입원을 해야만 했다. 응급실을 거치긴 했지만 통증도 없고, 치료라고는 수혈 중심이어서 어찌 보면 한가한 병이었다.

김성희 기자의 뒤적뒤적

그래선지 내 몸 걱정보다 ‘어떻게 하면 빨리 퇴원할 수 있을까’에 골몰했다. 6인용 병실에서 그랬다. 넉넉한 형편이 아닌 만큼 부모님 보기가 면구스러워서였다. 그때 ‘2인용 병실에서 다른 걱정 않고 열심히 아프기만 할 정도로 넉넉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이 들며 부자 되기를 열망했었다.

그런데 실은 재테크 책은 별로 읽지 않는 편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진정으로 부자 될 비결을 안다면 그걸 남에게 가르쳐주겠느냐는 의혹이 크게 작용했다. 게다가 어쩌다 읽은 재테크 책 대부분이 돈 모으는 법보다는 돈 굴리는 법을 다뤘기에 그런 독서 편식증은 고질이 됐다. 그런데 맘에 쏙 드는 재테크 책을 만났다. 미국의 재테크 구루가 썼다는 『자동으로 부자 되기』(데이비드 바크 지음, 황금가지)가 바로 그 책이다.

비결이 새로운 건 아니다. 돈을 많이 벌어야만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월급쟁이도 부자가 될 수 있다, 집을 가진 사람은 부자가 되고 집을 빌린 사람은 가난해진다, 번 돈을 쓰기 전에 자동이체를 이용해 일정액을 강제 저축하라 정도는 늘 듣던 이야기다. 그러니 ‘라테 요인’을 찾아 이를 없애면 절로 돈이 모이고 그렇게 해서 부자가 된다는 지적이 핵심이라 하겠다.

‘라테 요인’이란 매일 출근길에 스타벅스에 들러 라테를 즐기는 젊은 여성 이야기에서 길어낸 가르침이다. 말하자면 별생각 없이 사소한 것에 쓰는 낭비를 뜻하는 은유다. 지은이는 누구에게나 ‘라테 요인’이 있다며 이를 찾아 없애는 것이 부자 되는 지름길이라 일러준다. 그러면서 커피 한 잔 값으로 얼마나 큰 목돈을 만들 수 있는지 계산해 보여주는데 깜짝 놀랄 정도다.

눈길을 끄는 가르침은 또 있다. 예산 따위는 잊어버리란다. 예산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며 정부가 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것도 이 사실을 알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나 자신에게 먼저 투자하기’를 제안한다. 단 얼마를,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알아야 한다는데, 지은이는 소득의 10%를 퇴직연금에 묻으라고 제안한다.

이 책은 ‘인생 2모작 시대’를 걱정하는 보통 사람, 자식들에게 딱히 물려줄 재산이 없는 ‘그냥 부모’에게 상당히 유용하지 싶다. 흠이라면 ‘부자’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2인용 병실에서 아프기에 몰두하기’를 기준 삼으면, 의료보험 덕분에 의외로 많은 부자가 있을 수 있다.

‘끼니 걱정을 면할 정도’ 혹은 ‘자식에게 손 벌리지 않을 정도’로 노후의 삶에 만족하기로 한다면 조바심 낼 일이 훨씬 줄어들 지 모른다. 아니, 그렇다면 재테크 책 백 권보다 사소한 것에 만족하기가 훨씬 우리 삶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인가.


중앙일보 출판팀장을 거친 ‘책벌레’ 김성희 고려대 언론학 초빙교수가 격주에 한 번 책읽기의 길라잡이로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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