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후의 봉건영지 사크섬 인구 610명 민주국가로 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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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유럽 최후의 봉건 국가로 남아 있던 영연방 사크섬이 민주주의 국가로 전환됐다고 로이터통신이 11일 보도했다.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에서 30㎞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사크섬은 1565년 영국 엘리자베스1세 여왕에게서 봉건 영지의 지위를 받은 이후 지금까지 443년 동안 봉건제를 유지해 왔다.

민주제로의 전환은 영국 추밀원이 사크섬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임에 따라 이뤄졌다. 사크섬 주민들은 모든 유럽 국가가 민주정부를 구성하도록 한 유럽인권협약에 따르기 위해 2006년 봉건제 종식과 선거를 통한 의회 구성을 결정했다.

28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첫 선거는 12월에 실시된다. 섬에서 1년 이상 산 주민은 누구나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섬에는 610명의 주민(2002년 기준)이 거주하고 있다.

현재까지 모든 주권은 원칙적으로 1974년 22대 영주로 취임한 존 마이클 보몬트가 갖고 있었다. 그동안은 40명의 지주로 구성된 입법기구에서 조세와 행정 문제들을 처리해 왔다. 사법권은 영주가 임명한 판사가 행사했다. 민주제 전환 이후 사크섬은 의회 구성과 동시에 법률 전문가도 새로 영입할 계획이다.

폭 5㎞, 길이 2.5㎞(전체 면적 5.45㎢)의 사크섬은 아름다운 해변과 느긋한 생활 양식으로 유명하다. 자동차도 없고 제대로 된 도로도 없다. 트랙터가 유일한 현대적 교통수단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가 한 곳 있긴 하지만 치과의사가 없어 이가 아플 경우 인근 섬으로 배를 타고 가야 한다. 1년 예산은 60만 파운드(약 11억6000만원)로 이 중 절반은 직접세, 나머지는 관광차 이 섬에 오는 선박들에 걷는 정박세로 충당한다. 법률 중에는 최고지도자인 영주만이 비둘기나 거세하지 않은 암캐를 기를 수 있다는 이색 조항도 있다.

사크섬은 13세기까지 해적들의 본거지로 사용됐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독일군에 점령당했다. 1991년에는 반자동 소총으로 무장한 한 프랑스인이 홀로 사크섬을 침공했다가 이 섬의 농부에게 체포되기도 했다. 섬의 판사를 맡고 있는 레그 길은 “민주제 국가로 전환한다고 하지만, 평화로운 일상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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