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경남 손잡고 규제 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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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경남 양산신도시 1단계 지역인 부산지하철 2호선 양산역 주변. 도로변을 따라 늘어선 상가빌딩들이 하나같이 부산·울산 등 다른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구조였다.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마다 별도의 1층 지상 주차장이 있어 상가빌딩 라인이 마치 이빨 빠진 톱처럼 듬성듬성하다. 양산시의 신도시 지구단위계획 지침(24조)이 “모든 상업·업무용지는 법정 주차대수의 10% 이상을 지상에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울산 등 다른 도시에서도 1990년대엔 지상주차장 의무화 규정이 있었으나 2000년대 들어 모두 폐지했다.

경남 김해시 부원동∼부산시 강서구 가락동 간 지방도로. 경남 쪽은 4차로로 시원하게 뚫려 있으나 부산 쪽 10여㎞는 현재 확장공사가 한창이다. 경남 쪽은 5년 전 확장을 마쳤으나 부산 쪽은 2차로를 4차로로 확장하는 공사를 3년 전에야 시작했다. 김해시는 부산을 오가는 차량들이 늘어나자 도로 확장을 일찍 마치고 부산시에 도로 확장을 계속 요구했으나 부산시는 예산 미확보를 이유로 확장을 계속 미뤄 왔기 때문이다. 부산과 경남을 잇는 도로지만 관리하는 자치단체가 다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부산·울산·경남 등 인접 시·도지사는 11일 울산시청에서 ‘부울경발전협의회’를 열고 행정구역이 달라 발생하는 이 같은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3개 지자체에 모두 적용되는 공동조례를 만들기로 했다. 인근 지자체 간에 똑같은 문구를 담은 공동조례 제정을 추진하기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허남식 부산시장, 박맹우 울산시장, 김태호 경남지사는 이날 “부산·울산·경남은 사실상 공동생활권인 데도 행정 경계가 다르다는 이유로 주민의 생활 불편을 초래하고 기업인들을 난감한 처지에 빠뜨리는 게 현실”이라며 공동조례 제정을 통해 이를 극복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공동조례에는 ▶주차장·건폐율·공장설립 요건 등 행정구역별로 절차·규제 내용이 서로 달라 혼란이 발생할 경우 이를 처리하는 규정 ▶(3개 시·도에 걸치는) 광역 차원의 산업 육성을 위한 종합계획 수립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이를 위해 3개 지자체는 5월 중 TF팀을 구성해 9월까지 공동조례안을 완성, 3개 의회에 동시 제출키로 했다. 또 기초단체 간에 발생하고 있는 혼란을 막기 위해 시·군·구 공동조례도 추진키로 했다. 본사는 부산에 있으면서 사업체가 양산·김해 등에 분산돼 있는 부동산개발업체 ㈜법서산업개발의 권기순(50) 사장은 “서너 발짝이면 닿는 곳인데도 관할 행정관청이 서로 다른 규제를 하는 바람에 곤경에 처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지자체들이 진작에 공동조례를 제정해 이런 낭패를 막아 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기원·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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