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스살롱>張壽弘 (주)청구 회장부인 김시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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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 많은 아파트를 지은 건설회사 주인은 어떤 집에 살까.역시자사(自社)제품을 애용하고 있었다.㈜청구의 장수홍(張壽弘.53)회장부인 김시임(金時姙.50)씨를 만난 곳은 서울 반포의 자택 청구빌라에서였다.널찍한 평수에 비해 특별히 요란한 살림살이는 눈에 띄지 않는 대신 TV가 많은 것이 이 집의 특징.
거실 벽면에 나란히 놓인 것만 해도 5대인데다 안방.서재 문을 열어보면 어김없이 TV가 1대씩 놓여 있다.지난 봄 개국한대구방송의 주인집다웠다.
두달 전 새로 지은 이 집으로 이사했다는 金씨는 은근한 자랑처럼 『서울에서 두차례 이사를 다녔지만 매번 청구에서 지은 집에 살았다』고 말했다.
곰살궂은 경상도 사투리가 진하게 묻어 나는 金씨의 서울살이 경력은 8년 남짓.청구가 처음 서울에 아파트를 짓기 시작한 무렵부터다.
『대구에서 회사를 시작하지 않았습니꺼.적십자니,여성경영인모임이니 해서 지역에 봉사할 일이 많지요.서울살기전 한 5년 동안은 대구에서 서울로,서울로 이사와서는 서울에서 대구로 이틀에 한번씩 출근하는 꼴로 다니러가니 지를 보고 남들이 홍길동이 아니고 김길동이라캅니더.』 늘 바쁜 기업가 남편을 둔 덕에 「전문내조인」이 된 金씨는 상당히 공격적 내조를 편다.효성여대 원예학과 출신인 그는 연세대 경영대학원에서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했을 뿐 아니라 주택을 짓는 일에는 미술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모임을 만들어 판화를 배우기도 했다.전시기간이 끝난 아파트모델하우스에서 아마추어 미술가들의 전시회를 열거나 청소년을 위한 음악의 밤을 개최한 것,직접 만든 판화로 회사 연하장을 만든 것 등도 金씨의 아이디어였다.2남1녀를 키우는 일 역시 고스란히 金씨 몫.휴가 때도 바쁜 남편은 두고 늘 아이들만 데리고 떠나는 형편이지만 金씨는 『사업하는 사람은 집안 대소사에 신경 안 쓰게 해야 한다』는 생각때문에 큰 불만을 갖지 않는다. 金씨의 설명에 따르면 『사업하는 집안에서 자라 으레 그런 것이려니 한다』고.안동의 엄격한 양반집안에서 자란 金씨는 어려서부터 친정어머니가 집안이 북적북적하도록 손님 맞는 것을 무척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대구에서 사업을 하면 서 친하게 지내던 「친정어른」과 「시어른」 사이에는 자연스레 혼사말이 오갔고 金씨는 어려서부터 늘 세배오던 아는 집 오빠에게 시집간 셈.그 때나 지금이나 남편에 대한 존경은 한결같다.『잠자는 시간을 아까워 하는 분이에요.늘 메모를 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내놓으세요.이 집만 해도 그렇죠.』그러고 보니 金씨의 빌라는 다른 집과 달리 거실과 방 사이에 문턱이 없다.그렇게 바쁜 남편을 아이들이 「열심히 사는 아버지」로 보아주는 것 역시 고맙기 짝이 없는 일이다.일 본 메이지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는 장남(24)을 비롯해 차남(22).장녀(21)등 3남매가 모두아직 학생이다.
〈李后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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