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大使소환후 첫 고위급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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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리덩후이(李登輝)대만총통의 방미(訪美)후 악화일로로 치닫던 중국-미국 관계에 마침내 해빙바람이 불고 있다.
양국관계 악화후 첫 고위급 회담으로 관심을 모은 1일의 브루나이회담에서 워런 크리스토퍼 美국무장관과 첸치천(錢其琛)중국부총리겸 외교부장이 양국간 화해의 실마리를 푸는데 성공한 것이다. 비록 미국이 중국의 요구사항인 李의 再방미 불허보장에 명백한 태도를 보이진 않았지만 미국은 클린턴대통령의 친서까지 동원,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정책을 지지한다는 성의를 표시했다. 중국의 錢부장도 이날 회담을 마치고 『매우 유익하고 건설적이었다』고 평해 지난 5월 李의 방미허용 후 대사소환까지 단행했던 양국관계가 비로소 정상궤도에 진입하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이같은 회담결과는 당초 양국이 자신들의 기존입장을 되풀이 주장하는데서 그칠 것이란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사실 지난달28일 브루나이에 도착한 중국대표단은 선궈팡(沈國放)대변인이 31일까지의 4일동안 모두 5차례에 걸쳐 대미(對美)비난 일색의 기자회견을 갖는가 하면,錢부장도 12개국 외무장관과의 만남에서 미국 성토에 열을 올렸다.
미국의 크리스토퍼도 인권운동가 해리 우(吳弘達)의 석방과 장쩌민(江澤民)중국주석의 미국초청을 연계시키는 발언으로 강성분위기를 연출해 회담전망을 어둡게해온 터였다.
그러나 양국은 2시간에 걸친 회담후 모두 만족함을 표시,갈등의 종식을 시사했다.
이에따라 오는 10월께 江이 유엔창립 50주년에 맞춰 미국을방문,정상회담을 갖게되면 지난 89년의 천안문(天安門)사태후 최저점(最低點)으로까지 평가되던 양국관계가 완전 회복될 공산이커졌다. 그럼에도 이번 中-美관계 악화는 중국-대만의 통일이 실현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만이 국제적 활동공간을 넓히려는 노력을 미국에의 압력을 통해 계속할 경우 언제든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불씨를 남기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에 대한 중국측의 불신의 벽이 높다는 것이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세계 초강대국으로의 성장을 미국이 견제하고있다고 생각해왔다.
▲세계무역기구(WTO)에의 가입반대▲내정간섭이라고 생각되는 인권문제 거론▲남사군도문제 개입→인도와의 안보대화 강화→베트남과의 수교등으로 이어진 중국봉쇄의혹▲통상마찰등 부지기수다.
[홍콩=劉尙哲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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