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닥잡히는 잔류 民主黨 재건-"名分보다 活路찾자" 공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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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잔류 민주당이 당 재건을 위한 활로 모색에 나섰다.갈 사람이다 떠난 마당에 명분만 붙들고 있어선 안된다는 최소한의 공감대가 마련된 것이다.
이기택(李基澤)총재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당 재건 수습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했다.6명으로 구성된 이 위원회에 당 재건을위한 모든 권한을 위임해 당을 수습하겠다는 주장이었다.그가 제시한 해법은 이같은 바탕에서 8월 전당대회를 당 헌대로 치러 지도체제를 정비하자는 것이었다.한마디로「선(先)수습 후(後)세확장」의 논리다.
잔류 민주당의 다른 한 축인 구당모임도 갈라진 목소리를 통일하기 위한 마지막 작업에 착수했다.구당모임은 이날부터 1박2일간 경기도 장흥에서 합숙수련에 들어갔다.김근태(金槿泰)부총재가신당 참여의사를 밝히며 모임을 탈퇴함으로써 내부 이견은 상당부분 정리됐다는 설명이다.구당모임은 합숙을 통해 이견을 최종정리하고 당 수습을 위한 자체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이로써 이번주부터는 李총재와 구당모임 양측간 교섭도 본격적으로 전개되게 됐다.양측은 그동안 신당 반대라는 공통분모를 갖고서도 서로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 바람에 협상의 물꼬를 트지 못했다. 특히 총재직 사퇴를 놓고「안된다」는 李총재와「해야 한다」는 구당모임간의 마찰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없었다.
그러나 구당모임에서 사퇴가 대화의 전제조건이 돼선 안된다는 현실론으로 기울고 李총재도『사퇴할 수 없는 이유가 신당의 민주당 와해공작에 이용될 것을 우려해서』라며 당 수습후 사퇴 가능성을 시사해 국면 전환을 맞게됐다.이제 잔류 민주 당의 두 세력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을 수 있는 분위기는 조성된 셈이다.
문제는 과연 양측이 그동안의 불신을 완전히 극복하고 당 수습을위해 한 목소리로 융화될 수 있느냐다.
현재로선 낙관과 비관이 교차하는 형국이다.우선 당 재건방안을놓고 양측의 거리감이 여전하다.
李총재는 먼저 당을 수습한뒤 구당모임이 주장하는 외부인사 영입등 반(反)3金세력 결집을 모색하자는 입장이다.반면 구당모임은 李총재가 용단을 내려 당을 과도체제로 만든 뒤 외부인사를 당 대표로 영입,총선을 겨냥해 당내외 反3金 세력 을 끌어모으자고 한다.
「先수습-後세확장」논리와「先 세확장-後 수습」논리의 충돌이다. 이같은 견해차는 8월 전당대회를 예정대로 치를 것인지 여부와도 직결된다.李총재측은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한다.전당대회에서지도부를 구성하면 당의 수습이 마무리된다는 얘기다.그러나 구당모임의 대부분은 李총재가 계속 당의 얼굴로 남아있 는한 세 결집에 차질이 생긴다고 주장한다.때문에 소수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이 新3金시대에 홀로서려면 광범위한 세를 결집하는게 급선무라는것이다.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8월28,29일로 날짜가 못박혀 있다.물리적으로 계산해 늦어도 이번주 안에는 전당대회 개최여부의 결론이 나야 한다.일부에선 전당대회를 뒤로 미루고 공동대표제를 통해 당의 수습과 세 확장을 병행추진하자는 절충안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있다.잔류 민주당내 두 세력이 이견을 극복하고 하나로 되느냐의 여부는 정치권안에서 反3金세력 결집의 축이 형성될 수 있을지와도 맞물려 있다.
〈朴承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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