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당 앞날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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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8대 국회는 이명박 정부와 함께 임기를 시작해 이명박 정부가 끝나기 전에 임기를 마친다. 대선은 그 다음 국회의 몫이다.

9일 민심은 18대 국회의 정치 지형을 결정했다. 보수진영의 확대다. 그러나 한나라당만의 몫은 아니었다.

이제 18대 국회는 어떻게 운영될까. 한나라당은 대권에 이어 의회 권력까지 쥐었다. 그러나 과반인 수준이다. 불안한 리드다.

이 대통령은 총선 이후로 많은 일을 미뤄뒀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에 제출할 법안이 산더미”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으로선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이다.

당 사정도 그리 단순하지 않다. 친이 진영은 이미 분화를 시작한 상태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당분간 당·청 간의 거중 조정자라는 중요 역할을 맡아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패’로까지 여겨지는 결과를 두고 당내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공천 책임론이 제기된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이방호 사무총장은 이미 유권자의 외면을 받았다. 공천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적이 있는 수도권 소장파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이들의 민심을 읽는 눈은 서로 다르다. 당 관계자는 “이 전 최고위원과 이 총장의 낙선은 여당 내 권력투쟁 자체에 대한 민심의 경고일 수 있다. 성급하게 움직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장 김무성 의원 등 ‘친박근혜’ 성향의 당선자를 복당시킬지를 두고 논란을 벌일 개연성이 높다. 넉넉지 않은 한나라당으로선 고심에 빠질 수밖에 없다. 김 의원은 “아무 조건 없이 복당하겠다”며 “여의치 않을 경우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고심하겠다”고 말했다. 당 밖에 친박 의원들이 모인 원내 정당에 의외의 힘이 실릴 수 있다.

7월 당 대표 선출도 예민한 문제다. 후보군인 이재오·김학원·이방호 의원과 강창희 전 의원이 줄줄이 낙마했다. 홍준표 의원 정도 남은 상태다. 박 전 대표의 입장이 특히 중요해졌다. 그는 “한나라당을 바로잡겠다”고 말한 바 있다. 가뜩이나 어수선한 당 분위기에선 그의 말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지속적인 협력이 큰 과제가 될 것”(중앙대 장훈 교수)이란 견해가 나온다.

장 교수는 “아무리 여당이라도 예전처럼 대통령에게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는다”며 “이 대통령이 당내에 폭넓은 공감대가 있는 입법을 우선하는 대 의회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숨을 돌리긴 했지만 앞길이 순탄치 않다. 민주당의 권역은 1980년대 말 김대중 전 대통령이 꾸린 평민당 수준으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현 리더 그룹이 사실상 반토막나 당을 추스르기가 쉽지 않은 것도 문제다. 패배한 정동영 전 장관은 한동안 정계를 떠나 재기를 모색해야 할 처지다. 남은 리더 그룹은 정세균·김효석·천정배·원혜영·김부겸 의원과 추미애 전 의원 정도다. 계파 간 역학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선거 후 당의 진로가 가닥을 잡으려면 상당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장훈 교수는 “누가 되더라도 카리스마가 있는 지도자가 나오기 어렵다. 결국 합의제로 갈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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