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藥이야기>필로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대표적 중추신경 각성제(覺醒劑)인 히로뽕은 보통사람을 환각의슈퍼맨으로 만드는 마법의 약이다.
평소 피로에 지쳐 흐느적대던 사람이 이 약을 복용하면 갑자기매사에 의욕적이고 정력적인 사람으로 돌변한다.기분도 좋아지고 생명력의 충만감을 경험할 수 있어 며칠씩 굶거나 자지 않아도 끄떡없다.하기 싫은 공부나 단순작업의 반복도 마 냥 재미있고 실제 작업능률도 오른다.
단 10㎎만 복용해도 경험할 수 있는 히로뽕의 환각적 효과다. 헤로인이나 아편같은 마약은 강한 중독성때문에 향정신성 약물가운데서도 가장 위험한 약물로 분류되는데 히로뽕은 금단(禁斷)증상이나 내성(耐性)이 적다.
따라서 약물남용문제가 심각한 미국에선 헤로인이 싸구려 취급을받는 반면 히로뽕은 코카인.LSD와 함께 비싼 약물로 취급돼 주로 상류사회에서 비밀리 애용된다.
히로뽕의 약리작용은 인체안에서 대뇌를 자극하고 아드레날린 호르몬 작용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요약된다.일반인에게 엔돌핀은 좋은 호르몬,아드레날린은 나쁜 호르몬으로 인식돼 있지만 꼭 그런것만은 아니다.
아드레날린은 위급상황시 부신(副腎)에서 분비되며 활력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필수호르몬이다.가령 부신을 제거한 쥐를 고양이 앞에 놓으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불과 수시간내 죽는다. 히로뽕의 마법과 같은 활력증강작용도 이러한 아드레날린 호르몬을 매개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반대급부가 워낙 심각하다.이 약을 복용함으로써 비상시사용돼야할 아드레날린 호르몬이 모두 고갈되므로 한번 복용으로 최대약효 지속시간인 하루가 지나면 적어도 1주일이상 무력감과 우울증으로 흐느적거려야 하기 때문이다.따라서 중 독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히로뽕이 주는 교훈은 간단하다.
생물학적 쾌락의 총량은 사람마다 일정하며 쾌락의 강도와 지속시간은 반비례한다는 것.따라서 생물시계의 추는 가급적 「低강도長기간」에 눈금을 맞추고 문화와 예술등 인간만이 향유할 수 있는 보다 차원높은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 다는 결론이다. 〈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