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루트 화려한 옛영화 회복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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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 90년10월 내전이 종식되기까지 이스라엘과 아랍세력의 틈바구니에서 15년동안 전쟁을 겪으며 잿더미가 돼버린 레바논의수도 베이루트.
한때「지중해의 파리」로 불리며 중동의 금융 중심지로 영화를 누렸던 베이루트가 옛명성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총탄과 로켓포탄이 작렬하던 거리에는 재건(再建)의 망치소리가요란하고 소련제 AK소총으로 무장한 게릴라들이 판을 치던 중심가에는 서류가방을 든 비즈니스맨들이 활보하고 있다.
평화가 찾아든 베이루트에서는 최근 82년 문을 닫은 증권거래소를 다시 열기위해 한 기업이 동분서주하고 있다.영국에서 발행되는 중동경제전문 미드誌에 따르면 미드클리어라는 이 회사는 7월 안에 레바논 정부로부터 증권거래소 설립에 관한 인가를 얻어올 연말까지 증권거래를 재개할 예정이다.미드클리어의 지분 75%는 레바논 중앙은행 및 이 지역에 진출한 국제금융기관이 소유하고 있다.
미드클리어는 2000년까지 시가총액을 3백억달러로 끌어올린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중동지역의 기업과 투자가를 대상으로 베이루트 진출을 적극 권유하고 있다.미드클리어의 라자 아보우 아슬리부총재는 『이미 중동지역의 몇개 중앙은행으로부터 다른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의 재상장을 제의받고 있다』면서 베이루트의 발전 잠재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베이루트 증권거래소의 앞날에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많다.가장 큰 어려움은 오랜 내전으로 산업시설이 폐허가 돼버려상장요건을 충족시킬 기업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70년대 40여개였던 상장기업 가운데 살아남은 기업은 10여 개 안팎.시가총액으로는 우리나라의 2%에도 못미치는 35억달러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된다.
미드클리어는 억만장자이자 수니派 회교도인 라피크 하리리 총리의 국영 전신전화회사 및 전력회사등의 민영화 계획에 큰 기대를걸고 있다.그러나 하리리 총리의 경제재건 계획은 이를 반대하는의회의 입김으로 인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일도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평화의 시대가 왔다고는 하지만 레바논 남부에서는 여전히 親이란계의헤즈볼라 게릴라들과 이스라엘군의 대치상태가 계속되고 있다.이 때문에 서방의 기업들도 레바논에 대한 진출에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베이루트가 몰락하면서 어부지리를 본 이웃 아랍도시들도 베이루트의 재부상을 탐탁지 않게 보고 있다.
〈鄭耕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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