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찾사, 다시 노래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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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 음반작업을 하고 있는 ‘노찾사’멤버. 왼쪽부터 이인규.원동욱.김삼연씨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이 부른 '사계' '광야에서' 등은 1980년대 시위 현장이라면 어김없이 울려퍼지던 노래였다. 척박하고 암울했던 시절이었기에 그들의 노래는 운동권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 사람의 보편적 감성을 불러일으키기에도 충분한 음악이었다.

그 '노찾사'가 11년 만에 새 음반을 냈다. 93년 10주년 기념 음반을 끝으로 사실상 해체됐던 그들이 노래패 '새벽', 민중 가수 안혜경씨와 함께 '오늘'이라는 음반을 낸 것이다. 열여덟곡이 수록된 이번 음반은 지극히 서정적이며, 숭고한 사랑을 얘기하는 노래로 채워져 있다. 민중 가요 하면 떠오르는 과격하고 어두운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벗이여 해방이 온다'와 같이 대표적인 민중 가요도 있으나 '고백'이나 '언젠가는' 등의 노래는 그 어떤 발라드곡보다 더 애틋하고 평화롭게 들린다. 가수로 참여한 이들은 10여명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직업 가수는 두명뿐이다. 나머지는 '노찾사'를 떠나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는 보통 사람들이다. 학원 원장도 있고, 벤처 기업을 운영하기도 하며, 가정 주부로 아이들을 뒷바라지하는 아줌마도 있다. 이들이 뭉친 것은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획일적인 노래만 판치는 현 가요계에 대한 문제 의식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음반을 제작한 이인규씨는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듣고 보는 음악은 모두 허구적인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다. 보통 사람의 애환을 잔잔히 그리는 대안 음악을 보여주기 위해 '노찾사'를 부활시키게 됐다"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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