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연극 '부부 쿨하게 살기'로 본 행복 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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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 배우자를 자기 뜻에 맞도록 고치려 하다 보면 결혼 생활은 짜증과 싸움의 장이 되고 만다. 사진은 연극 '부부 쿨하게 살기'의 한 장면.

갈등은 모든 부부에게 일어난다. 풀어내는 방법에 따라 행복한 부부와 불행한 부부로 나뉠 뿐이다.

연극 '부부 쿨하게 살기'가 21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리고 있다. 부부갈등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의연하게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는 연극이다.

'부부 쿨하게 살기'는 결혼 6년차 부부가 생활 습관과 경제관념 등의 차이로 갈등을 겪다 이혼까지 고려하는 상태에서 정신과 의사를 만나 결혼생활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그린다. 행복한 부부생활을 이어가는 비법을 연극을 통해 엿봤다.

*** 갈등 원인은 해결 어려워

정신과 전문의 김준기 한국결혼지능연구소 부소장은 연극에서 웨이터.배달부.정신과 의사 등으로 등장해 부부 갈등의 해결법을 제시한다.

그는 "부부 갈등의 70%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이를 악화시키지 않고 적응하며 사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근본적인 생활습관.성격.정체성 등의 차이는 모두 해결 불가능한 문제. 이를 고치려고 애쓰다 보면 갈등은 점점 더 심해질 뿐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쿨'한 대처다. 서로 독립성과 개별성을 받아들이고 차이와 한계를 인정하라는 것.

해결 불가능한 문제를 붙들고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키우는 대신 서로의 장점을 생각해본다. 장점을 꼽아보면 '내가 배우자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배우자에 대한 감정이 격해 있을 때는 장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장점 없어요. 절약한다는 거요? 너무 지나쳐서 병이에요,병." 연극에 등장한 남편도 이렇게 외친다.

이럴 땐 좋은 추억을 되새겨보자.

극중 부부는 첫 아이를 낳았을 때를 떠올리며 감정을 누그러뜨렸다. 또 부부가 공유할 수 있는 인생의 목표를 찾는 것도 결혼생활을 오래 유지하는 기초가 된다.

자녀를 잘 키우는 일이나 돈을 많이 모으는 것, 종교생활을 함께하는 것 등 공통적인 '꿈'을 찾아보자.

*** 화해 방법을 개발하자

아무리 '쿨'해지려고 노력해도 때때로 부부싸움을 하는 것 역시 피할 수 없다. 싸우면서 ▶비난▶자기방어▶경멸▶담 쌓기 등 네가지 위험요인을 피하면 이혼으로 치닫는 것은 막을 수 있다.

"당신은 쉬는 날 먹고 뒹구는 것밖에 할 줄 모르지"(비난),"그러는 당신은 우리 집에 언제 전화했어?"(자기방어),"당신 식구들은 다 왜 그러나 몰라. 그러니 뭘 보고 배웠겠어"(경멸), "(TV 볼륨을 높이며)또 시작이군"(담 쌓기) 등 극중 부부싸움도 수시로 위험요인에 빠졌다.

부부싸움은 분노감과 절망감으로 발전하기 전에 화해해야 한다. 적당히 싸우다가 화해하고 타협점을 찾는 데는 훈련이 필요하다.

가끔 서운하고 미운 마음에 싸우기도 하지만 사실은 더 가까워지고 싶고, 사랑하고 싶다는 '진심'을 전달할 수 있는 화해 메시지를 개발해 보자. 연극이 제시하고 있는 화해 메시지는 "잠깐만, 여기서부터 서로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이 문제는 조금씩 양보하면 될 것 같아요" 등이다.

한쪽에서 먼저 화해 메시지를 전달하면 다른 쪽에서도 '이쯤에서 싸움을 마무리하는 게 낫다'고 재빨리 판단, 동의해줘야 한다. 시차가 크면 먼저 화해를 청한 쪽의 상처가 크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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