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LG이상훈 13승 완봉 묘기 태평양 잠재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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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나의 주무기는 바람을 일으킬 정도의 빠른 볼이 아니다.나는타자가 치기 어려운 곳(location)에 볼을 던져 타자를 요리한다.』 88년 연속이닝 무실점기록을 세우며 페넌트레이스 MVP와 사이영상을 수상했던 美메이저리그의 대투수 오렐 허샤이저(당시 LA다저스)는 자신의 주무기는 결코 강속구가 아니라고말했다. 오는 11월 벌어지는 슈퍼게임에서 한국을 대표할 왼손투수로 꼽히고 있는 LG 이상훈(李尙勳)역시 강속구보다는 노련한 피칭을 앞세워 날이 갈수록 원숙미를 더해가고 있다.25일 잠실벌에서 맞부닥친 태평양과 LG의 선발투수는 똑같이 등 번호47번을 달고 나온 가내영(賈來暎)과 이상훈.
그러나 경기운영 능력에서 이상훈이 한발 앞섰다.이상훈은 이날최고구속이 1백42㎞에 불과했지만 강속구보다는 체인지업등 다양한 구질로 태평양 타선을 단 3안타로 셧아웃시켰다.지난해까지만해도 빠른 볼을 주무기로 삼진을 뽑아내는데 주 력했던 이상훈의달라진 모습.李는 25일 현재 탈삼진 경쟁에서는 OB 김상진(金尙珍)에게 한발 뒤진 상태지만 다승 1위와 방어율 2위를 기록하며 90년 선동열(宣銅烈.해태)이후 5년만에 20승투수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이제 이상훈에게 넘어야 할 벽이 있다면 올시즌 3전 전패를 당한 해태 징크스를 깨는 것.해태의 벽만 넘는다면 이상훈은 올시즌 전구단상대의 승리기록도 세우게 된다.
LG는 이상훈의 역투를 발판으로 3회말 김재현(金宰炫)의 적시 2루타로 선취점을 뽑은뒤 5회말 2사2루에서 서용빈(徐溶彬)의 중전적시타로 승부를 갈랐다.
이상훈은 이날 승리로 13승째를 거두며 다승왕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계속했다.
〈鄭濟元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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