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달아 높이곰 돋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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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쌍둥이입니다.저 애가 형이지요.』 수돗가에 앉아 생선을 장만하던 나선생이 아리영을 올려다보며 웃었다.
형의 이름은 계일(計一)이라 했다.
『어쩌면!』 아리영은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쌍둥이를 다 두셨어요? 저는 한 아이도 제대로 못낳았는데….』 나선생은 웃음을 거두었다.
『혹시 또 압니까? 팔자에 쌍둥이를 두셨을지도….』 위로하는말인줄 알면서도 좀 황당했다.
이번엔 아리영이 웃었다.
『팔자에요? 팔자라는 걸 정말 믿으시나요?』 『믿지요.』 나선생은 선선히 대답했다.아리영이 웃음을 거둘 차례였다.
『팔자는 성격입니다.성격이 그 사람의 팔자를 만드는 셈이지요.성격은 타고나는 것이지만 고칠 수도 있잖겠습니까? 팔자도 마찬가지입니다.타고나는 것이지만 고칠 수도 있는 것이 팔자지요.
』 나선생의 손끝에 희고 말간 생선회가 피어나고 있었다.아리영은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
『무속(巫俗) 연구하신다구요.』 『그런 셈입니다.』 『제주도에도 무당이 많은가요?』 『많진 않지만 옛 무속을 착실히 지키는 분들이 더러 있습니다.생활문화를 원형대로 잘 간직하는 게 섬의 생리지요.』 『만나고 싶어요.』 『묻그리하시게요?』 『궁금한 것이 많거든요.첫째 제 자신을 잘 모르겠어요.』 『자신의일은….』 나선생이 뭔가를 말하려다 말고 응낙했다.
『그럼 모시고 가지요.』 저녁식사는 안채의 큰 마루에서 함께둘러앉아 했다.따로 독상을 차려 별채로 가져오려는 것을 말리고아리영은 식구들 속에 끼어 앉았다.
쌍둥이 형제는 식성도 좋았다.먹새도 같고 동작,표정,목소리까지 똑같았다.
일란성 쌍생아(一卵性雙生兒).
한 난자(卵子)에 두 정자(精子)가 들어가 수태되어 태어난 두아이.유전자 조성(遺傳子組成)이 같고,반드시 동성(同性)이라한다.둘다 사내아이거나 여자아이거나 한다는 것이다.
이란성 쌍생아(二卵性雙生兒)는 두 개의 난자에 각각 한 정자가 수정되어 태어나는 쌍둥이다.이 경우엔 이성(異性)끼리도 많다고 들었다.남매 쌍둥이는 모두 이란성 쌍생아인 셈이다.
어떻든 신비로웠다.
두 난자가 한꺼번에 배란(排卵)되는 것도 신기하지만 한 난자속에 두 정충이 한꺼번에 파고드는 것은 더욱 희한했다.
치열한 생존경쟁을 함께 이긴 생명체가 아닌가.그 공동승리자들이 여기에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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