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업계 대형 非理사건"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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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페터 엔델레.독일 3대 자동차업체의 하나인 美GM社 현지법인「오펠」社 이사인 그는 지난달 수주간 잠을 못이뤘다.『그래도 다음달 5일 회사가 차려준다는 회갑잔치날까지는 버틸 수 있겠지』라며 스스로를 달랬다.
그는 수일전 탈세혐의로 세무당국으로부터 집과 사무실 심지어 타고 다니던 자동차까지 수색당하는 수모를 겪었다.그래서 이번엔자신이 저지른 뇌물수수 등의 비리가 들통날 것 같다는 불안감을떨치기 어려웠다.
결국 그는 연방내무장관까지 초대한 자신의 생일잔치를 하루 앞두고 잠적해버렸다.
그 직후 수사당국이 『엔델레가 특혜를 앞세워 각종 뇌물수수 등의 비리에 연루했으며 이밖에 페르디난트 바이클러前이사와 프리츠 로어 이사를 비롯해 오펠에서 뇌물을 받은 임직원은 모두 65명』이라고 발표하자 회사는 발칵 뒤집혔다.그러나 이 엔델레 사건도 이후 연달아 밝혀진 독일 산업계 비리의 전주곡에 지나지않았다. 부정부패란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독일은 언제나 가장 깨끗한 모범국가로 비쳐왔다.하지만 최근 수주간 독일 산업계에서드러난 일련의 대형 부패사건으로 종전의 이미지는 크게 얼룩지게됐다. 오펠 외에 포드.폴크스바겐.지멘스및 엔지니어링 재벌인 만네스만처럼 이름만 들어도 금방 알 수 있는 독일의 대표적인 기업체 임직원들이 줄줄이 부패혐의로 쇠고랑을 차게 돼 충격을 주고 있다.
독일 언론에 따르면 독일 산업의 중추격인 자동차업계를 중심으로 근 20여년간 납품업체들로부터 각종 뇌물.향응을 받은 40여개 주요기업의 업체간부 2백44명이 비리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독일 사정당국은 뮌헨 신공항건설및 정화처리공사등 건설업계의 대형비리 관련자 38명을 전격적으로 법정에 회부해 경종을 울린 바 있다.
독일 포쿠스誌는 이와 같은 부패가 산업계뿐만 아니라 스포츠계의 심판매수.운전면허.유흥업소관련 경찰 상납등 사회전반에 걸쳐확산되고 있다고 폭로해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柳權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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