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환경미화원 초청 “내가 대선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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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얼굴) 대통령이 6일 전국의 환경미화원 196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대선 때 환경미화원들과 함께 새벽 청소를 하며 “대통령이 되면 청와대로 꼭 초청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취임 후 가장 반갑고 귀한 손님들이 왔다”고 인사한 이 대통령은 자신을 “여러분의 환경미화원 대선배”라고 불렀다. 고려대 경영학과 재학 시절 이태원 재래시장에서 환경미화원을 하며 학비를 벌었던 경험을 소개하면서다.

이 대통령은 “시장 사람들이 십시일반 입학금을 모아줘 대학에 등록할 수 있었다”며 “통행 금지가 해제되면 시장을 청소하고 쓰레기를 한강변에 버리는 일을 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내가 환경미화원을 할 땐 반사되는 옷이 없어 사고가 잦았다. 다쳐서 일을 못하게 되면 그 사람의 아이들은 학교를 못 다니게 됐다”며 “그런 경험 때문에 조그만 보탬이지만 장학금을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재직 4년에 이어 대통령이 된 뒤에도 자신의 월급을 환경미화원 자녀를 위한 장학금으로 내놓은 이유를 설명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이 가난의 대를 끊는 것이다. 돈이 없어도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까지 가도록 하는 게 정부의 목표”라며 “가장 큰 복지는 교육의 기회와 일자리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이 환경미화원 대선배인 만큼 이제부터는 누가 직업을 물어봐도 ‘환경미화원’이라고 말해야 한다”며 “그 사실을 부끄러워하거나 숨기지 말라. 여러분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라고 격려했다. 그러면서 “나도 5년간 열심히 일해 여러분이 ‘환경미화원 출신이 훌륭한 대통령이 됐다’고 자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평소 음식 남기는 것을 싫어하는 이 대통령이지만 이날은 “음식을 남겨도 좋으니 멀리서 오신 분들 잘 대접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육개장에 게살냉채·녹두죽·삼색전·메로구이·갈비구이 등으로 구성된 식단은 평소의 청와대 메뉴보다 훨씬 푸짐했다고 청와대 측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종이 메뉴판을 내미는 환경미화원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 줬으며, 이날 처음으로 선보인 ‘청와대 손목시계’도 선물했다. 헤드 테이블에 함께 앉은 50대 환경미화원이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를 꺼내자 함께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5일) 식목일을 맞아 파주시 도라산 민통선 내 평화공원에서 기념 식수를 하며 “남과 북이 합의되면 (한반도) 전체 조림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청와대 본관 정문 안쪽에 30년생 반송 한 그루를 심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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