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Life] “환자 섬기는 신의학 정신 젊은 의학도들 본받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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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우리나라 전국 의사 수는 9만5000여 명, 병상 수는 무려 35만 3000여 개. 매년 국내외 학술잡지에 발표되는 논문만도 1만여 개(국외 2000여 개)가 넘는다. 한국의 의료계는 이제 양적·질적으로 세계 수준에 올랐다.

불과 한 세기 전인 19세기 말 조선. 콜레라는 쥐의 귀신이 옮기는 병이라고 해서 궁중에선 하늘에 대포를 쏘고, 민간에선 고양이 부적을 붙였다.

올해는 서양 의료의 초석을 놓은 7인의 의사가 탄생한 지 꼭 100년 되는 해. 이를 기리기 위해 연세대의과대학이 ‘한국 최초 면허의사 100주년 기념행사’를 펼친다.

“굴곡 많은 역사였습니다. 1908년 첫 의사를 배출한 뒤 곧 일제 강점기가 시작됐지요. 공들여 만든 우리말 의학교과서는 일본어로 바뀌고, 졸업생은 뿔뿔이 흩어져 국내와 만주에서 독립운동에 가담했습니다.” 졸업생 김필순(1878~1919)은 서간도에 독립운동 기지를 개척하고, 내몽고에 무관학교를 설립하다 41세에 순국했고, 임시정부에 참여했던 주현칙(1882~1942)도 잔혹한 고문을 당해 해방을 앞둔 1943년에 타계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연세대의대 서일(사진)학장은 “이들의 정신을 지금의 의사들이 승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초창기 의료 교육의 첫 번째 이념은 ‘섬기는 정신’이다.

“서양의학을 도입한 알렌과 에비슨은 기독교 선교사로 왔지만 그들은 평등주의에 입각한 질병 퇴치에 매진했습니다. 당시 사람 대접 못 받던 백정이 아프자 가장 먼저 왕진을 갔고, 그의 아들인 박서양을 제자로 받아들인 것도 이런 뜻이었죠.”

다음은 ‘개척 정신’. 전통의료와 전혀 다른 개념의 서양 의료를 택한 이들의 정신은 지금도 학문과 교육·연구분야에서 세계적 리더가 되려는 젊은 의료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해방 후 세브란스는 1947년 6년제로 개편해 의과대학으로 승격하고, 57년엔 연희대학과 통합해 연세대학으로, 62년 현재의 신촌캠퍼스로 이전해 연세의료원 시대를 맞는다. 현재는 영동세브란스병원을 포함, 전임 교수만 503명에 3200병상의 매머드 병원으로 성장했다.

“국내 과학계 통틀어 박사 1호인 김창세 박사가 세브란스 출신입니다.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1925년 학위를 받고 귀국해 위생학교실을 창설했지요. 이렇게 격동의 100년 의료 역사를 뒤돌아 보는 것은 앞으로 100년을 이끌어갈 후학들에게 훌륭한 귀감이 될 것입니다.”

연세대의대는 10일 첫 졸업생 중 한 사람인 금파 홍석후 선생의 흉상제막식과 역사적 유물 특별전시회, ‘한국 근대사 속의 제중원 의학교’를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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