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Life] 글 솜씨 뽐내고 싶은데 잘 안 되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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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2.0 시대다. 모두가 정보의 생산자요 소비자가 됐다. 그만큼 글쓰기의 중요성도 커졌다. 한 주부가 자신의 블로그에 글과 사진을 올리고 있다. [중앙포토]

인터넷이 일반화하면서 주부들도 글 쓰는 일이 많아졌다. e-메일을 주고받으며 쓰는 글은 기본. 블로그·홈페이지 등에서 자신의 글 솜씨를 뽐내기도 한다. 책까지 내며 스타덤에 오른 전업주부도 종종 볼 수 있다. 글쓰기는 자아를 발견하고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작업이다. 그러나 막상 글을 쓰려고 하면 잘 되지 않고 앞이 꽉 막히기 일쑤다. 『문장기술』의 저자인 배상복 중앙일보 어문연구소 기자가 글쓰기의 몇 가지 요령을 소개한다.

◇일단 쓴 뒤 다듬어라

글을 손쉽게 쓰는 방법은 우선 대충 써 놓고 다듬는 것. 잘 쓰든 못 쓰든 상관없이 일단 생각나는 대로 적어 내려간 뒤 다듬어야 한다. 처음부터 잘 쓰려고 한 줄, 한 줄 매달리다 보면 글을 이어가기 힘들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다음 줄로 넘어가는 식으로 계속 써 내려가야 한다. 연애편지가 특히 쓰기 어려운 이유는 처음부터 지나치게 잘 쓰려고 하기 때문이다.

원하는 양의 두세 배를 적은 뒤 분량을 조절하고, 내용을 수정·보완하고, 문제가 있는 부분을 고쳐 나가면 남에게 충분히 읽힐 만한 글이 완성된다.

◇주제를 좁혀라

막상 무엇에 대해 쓰려고 하면 막연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주제가 넓기 때문이다. 범위를 넓게 잡아서는 쓸거리가 생각나지 않는다. 쓴다고 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이야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자신에게 가까운 것이나 남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것으로 주제를 좁혀 쓰는 것이 요령이다.

범위를 넓게 잡으면 주제와 별 관계없는 이야기를 이것저것 나열해 글의 초점이 없어지거나 무슨 얘기인지 횡설수설하다 글을 끝내기 십상이다. 가정의 중요성에 대해 쓴다면 ‘사회와 가정’처럼 막연하게 범위를 잡지 말고 결손가정이나 가출 문제 등으로 글감을 좁혀 본다.

◇쉽고, 재미있고, 짧게

요즘은 쉽고 재미있는 글이 아니면 아예 읽으려 하지 않는다. 과거와 같은 기준으로 어렵고 딱딱하게 글을 쓴다면 외면받기 십상이다. 흥미로운 내용으로 읽는 사람의 관심을 끌 수 있어야 하며, 힘들이지 않고 이해할 수 있게끔 쉽게 작성해야 한다.

요즘은 또 가능하면 짧게 쓰는 것이 좋다. 글을 읽기 전에 전체 분량이 얼마인지를 보고 읽는 습성이 있다. 속도의 시대, 축약의 시대에 긴 글은 맞지 않는다. 특히 블로그 등 인터넷에 올리는 글은 1000자 또는 1500자 정도가 적당하다.

◇단락을 구분하라

단락 구성은 글의 최소 형식이다. 글쓰기 훈련이 부족한 사람은 단락을 제대로 구성하기가 쉽지 않다. 내용별로 단락을 구분하고 각 단락은 길이를 비슷하게 유지해야 한다. 하나의 단락에 여러 가지 내용이 섞여 있거나 단락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제대로 와 닿지 않는다.

각 단락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논리적인 관계에 따라 배열하고, 적절한 연결어를 넣어 주어야 한다. 가능하면 연결어 없이 각 단락이 물처럼 흘러가게 구성한다.

◇문장은 짧게 끊어라

글재주가 특별하지 않은 한 긴 문장을 제대로 구성하기는 힘들다. 문장이 길면 구성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너저분해진다. 한꺼번에 많은 내용을 집어넣으려 하지 말고 한 문장에 한 가지 메시지만 전달한다는 생각으로 짧게 끊어 쓰는 것이 좋다. 시가 읽기 편한 것은 문장이 짧기 때문이란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긴 문장은 몇 개의 짧은 문장으로 나누어 적당한 길이(30~50자)로 써야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 쉽다.

다만 짧은 문장이 계속 이어지면 단조롭고 딱딱한 느낌을 줄 수 있으므로 길이에 변화가 필요하다. 긴 문장과 짧은 문장을 적당히 섞어 글에 리듬감을 불어넣는다.

◇문장 성분을 호응시켜라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문장의 주요 성분인 주어와 서술어, 또는 목적어와 서술어를 호응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육아일기를 쓰는 이유는 아가의 하루 일과를 일목요연하게 기록하고 싶다(→~기록하고 싶기 때문이다)’처럼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써 내려가면서 무엇을 주어로 했는지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글을 잘 쓰려면 신문과 TV를 열심히 시청해야 한다(→~신문을 꼼꼼히 읽고~)’와 같이 목적어가 여러 개이고 서술어는 하나인 경우 각각의 목적어는 서술어에 똑같이 호응해야 하나 그렇지 못한 예도 흔하다. 목적어마다 서술어와 맞추어 보면서 호응이 되는지 살펴야 한다. 호응하지 못하는 목적어가 있으면 그에 어울리는 서술어를 따로 넣어 주어야 한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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