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자연주의 화장품 <2>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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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 37면

크림이나 로션처럼 유분이 있는 화장품은 당연히 기름이 원료가 된다. 이런 제품에 ‘미네랄 오일’이라고 성분을 말하는 것들이 있다. 미네랄이라고 하니 왠지 몸에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착각이다.

조동섭의 그린 라이프

이것은 석유 정제의 부산물을 원료로 만드는 페트롤리엄 오일을 달리 부르는 말일 뿐이다. 자연주의나 식물 성분을 내세우는 화장품 중에는 에센셜 오일을 조금 넣거나 식물 추출물을 조금 넣었을 뿐 기본 원료로 페트롤리엄 오일을 사용한 것도 많다. 브랜드의 이미지 광고만 믿은 사람이라면 속은 셈이다. 그뿐일까? 유해성 논란이 갈수록 커지는 성분도 있다.

가끔 도마에 오르는 화장품의 산화방지제 논란. 산화방지제가 그럴싸하게 들린다면 같은 뜻인 방부제를 떠올려 보자. 먹는 음식에 방부제가 들어 있다고 하면 기함할 사람도 화장품은 별 생각 없이 몸에 바른다. 여성 패션지에도 ‘화장품의 산화방지제 과연 안전한가’ 같은 기사가 단골 메뉴로 실리곤 하는데, 업계의 이야기는 한결같다.

화장품은 쉬 상할 수 있으니 산화방지제를 넣지 않은 것은 더 위험하다, 화장품에 들어가는 산화방지제는 극소량이니 크게 해가 될 게 없다는 것. 그러나 파라벤 계열의 성분은 환경호르몬으로 지목되고 있다.

환경호르몬이란 우리 몸의 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해 내분비 교란을 일으키는 물질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화장품에 의무적으로 표시하게 지정한 ‘표시 성분’이라는 게 있다. 여기에 ‘파라옥시안식향에스텔’이라고 적힌 것이 파라벤 류다. 요즘 외국 화장품 브랜드 중에는 ‘No Paraben’이란 문구를 내건 것도 많다. 그만큼 파라벤이 화장품에 많이 쓰였고, 그 유해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는 증거다.

샴푸, 보디 클렌저, 페이셜 클렌저 등 거품을 내 세정 작용을 하는 화장품에 들어 있는 계면활성제인 SLS도 논란이 계속되는 성분이다. SLS는 아주 많은 제품에서 기본 성분으로 들어 있고 그동안 널리 쓰여 왔다.

큰 위험은 없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들도 SLS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으며, SLS보다 SLES가 보다 안전하다고 말한다. ‘보다 안전하다’니, 뒤집으면 SLS는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도 된다.

SLS에 있어서는 앞서 말했듯, 특별히 ‘우리는 SLS를 사용하지 않는다’거나 ‘전혀 다른 천연 식물성 계면활성제를 사용했다’고 말하는 제품 외에는 세정제라고 부를 수 있는 것에는 거의 들어 있다고 생각해도 좋다. 피부가 민감하거나 트러블이 잘 생긴다면 몸을 씻는 기본 제품부터 눈여겨보는 게 좋겠다.

파라벤계의 산화방지제나 SLS 같은 계면활성제를 쓰지 않을 수 없는 걸까? 물론 아니다. 천연 성분으로 합성화학물질을 대체하려는 노력도 많다. 토코페롤이라고도 부르는 비타민 E도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하며, 요즘 유행처럼 들어가는 허브 에센셜 오일 가운데도 방부제 역할을 하는 것이 있다.

이런 성분들로 화장품을 쉬 상하지 않게 만드는 브랜드들이 늘고 있다. 계면활성제 역시 코코넛 오일을 원료로 한 코코베타민 같은 성분으로 SLS를 대체한 제품들이 있다. 살고 있는 곳의 물이 특별히 센물이 아니라면 순식물성 비누인 캐스틸 비누를 머리카락부터 발끝까지 몸을 씻는 데는 모두 사용해도 좋다.


글쓴이 조동섭씨는 번역과 출판 기획을 하는 한편 문화평론가로 대중문화에 대한 글을 쓰고 있으며, 앞으로 친환경주의자로서의 싱글남 라이프스타일 기사를 연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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