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39년역사 대학에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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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창간 독자 임일규(왼쪽)씨가 지난 10일 강원대 도서관 관계자에게 39년간 모은 중앙일보를 전달하고 있다.

"딸을 시집보낸 것만큼이나 섭섭합니다."

1965년 9월 22일자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모아온 중앙일보를 지난 10일 강원대에 기증한 임일규(林逸圭.69.한의사.춘천시 칠전동)씨는 "학교 측에 신문을 넘겨주는 순간 눈물이 나서 혼났다"고 15일 말했다. 자신의 자녀(1남4녀)들보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신문이었기에 감회가 남달랐다는 것이다.

林씨는 "제 분신과 같은 중앙일보이지만 나이가 들어 모으기가 힘에 부치는 데다, 방 한 칸을 온전히 차지했던 신문더미를 더 이상 보관할 공간이 여의치 않아 기증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증한 중앙일보가 지역 후배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창간 당시 서울 성동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던 林씨는 창간을 알리는 전단지를 통해 '중앙'이란 글자를 보고 끌리는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다고 했다. 춘천시 중앙로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곳에서 살았기 때문에 '중앙'은 뗄 수 없는 친숙한 단어였다는 것이다.

이런 인연으로 구독을 시작한 林씨는 83년 춘천으로 귀향한 뒤에도 빼놓지 않고 신문을 모았다. 신문이 비에 젖거나 배달이 되지 않았을 때는 춘천지국은 물론 화천.가평, 심지어 본사까지 연락해 신문을 구했다. 창간호부터 10여년치 신문은 제본까지 했다.

林씨는 단순히 신문을 모은 것만이 아니었다. "중앙일보는 좋은 기사를 깔끔하게 편집해 보기도 편했지만, 무엇보다 자원봉사 등 사람 냄새가 나는 기사가 많아 좋았습니다"라고 林씨는 말했다.

춘천=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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